가전 양판점이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가전 상품의 온라인 침투율이 높은 데다 백화점이 대기업 제조사 매장 중심으로 가전 카테고리를 강화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가정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071840)는 지난해 4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29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후 올해 1분기에도 8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매출(8891억원)은 12% 줄었다.

그래픽=이은현

회사 측은 분기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 2년간 대형가전 중심 가전제품 교체 수요가 발생한 것이 역 기저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0.6%, 영업이익은 무려 46.6%가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가전 소비가 둔화하면서 매출은 4.3% 줄어든 3조877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6% 줄어든 1134억원을 기록했다.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에스와이에스리테일도 지난해 18억원의 영업손실로 9년 만에 적자를 냈다. 이 기간 매출은 8784억원으로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 1분기에도 부진이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GfK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 시장은 전년 대비 성장한 2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두 회사의 매출이 저조한 이유는 시장 점유율이 하락해서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2015년만 해도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었지만, 작년 점유율은 33.7%로 삼성전자판매(33%)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대기업 제조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삼성전자판매(삼성디지털프라자)와 하이프라자(LG베스트샵)가 백화점을 중심으로 대형 매장을 출점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실제 한 백화점에선 지난해 가전 상품군 매출이 5년 전과 비교해 50%가량 증가했다. 올해(1~5%) 매출도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가전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고급 가전 상품이 많은 백화점으로 소비가 몰리는 거 같다”라고 해석했다.

그래픽=이은현

가전이 온라인 침투율이 높다는 점도 위기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45%에 불과했던 가전 시장 온라인 침투율은 2020년 50%를 넘어 지난해 60%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여파로 가전 수요 둔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시장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4월 패션, 잡화, 식품 상품군의 매출이 증가한 가운데 가전 매출은 마이너스 성장했다.

업계는 가전 양판점의 부진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는 4~5월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이 5%가량 감소한 것으로 예상했다. 계절 가전인 에어컨 매출이 10% 이상 증가했지만, 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의 판매가 부진한 것이 이유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롯데하이마트에 대해 “오프라인 점포의 다변화를 통한 영업 효율 증대와 온라인 쇼핑 매출 비중 확대 등으로 실적 개선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가전 양판점들은 실적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오프라인을 체험형 매장으로 꾸미고,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오프라인 점포를 18개 폐점하는 대신, 현재 15곳에 운영 중인 체험형 메가 스토어를 10곳 더 추가할 계획이다. 메가스토어에서는 이(e)스포츠 경기, 1인 방송국 체험, 요트 가상현실(VR), 안마의자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또 온라인 판매 활성화를 위해 자사 몰에 골프 전문관을 개설하고, 간편결제 시스템 ‘하이마트 페이’를 도입했다.

전자랜드도 카테고리 다각화를 통해 탈출구를 찾고 있다. 자사 온라인 몰에서 농수산물과 가정 간편식(HMR)을 판매하는 한편, 사업 목적에 화장품, 건강용품, 캠핑용품, 축산물, 귀금속 판매업 등을 추가해 종합 유통 몰로의 체질 변화를 시도한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체험형 매장인 파워센터를 확대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