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유열(36·시게미쓰 사토시)씨가 최근 롯데케미칼(011170) 일본 지사 상무로 부임하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신 상무는 일본에서 인수합병(M&A) 등 투자 기회를 찾고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25일 재계에서 나온다.

롯데그룹은 유통을 넘어 화학과 바이오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는 전날 핵심 산업군에 5년간 37조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분야가 신사업이다. 41%가량을 신사업과 인프라 분야에 투입할 예정이어서다.

신 상무가 속한 롯데케미칼은 5년간 수소 사업과 전지 소재 사업에 1조 6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롯데는 “국내 수소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국내외 전략적 파트너와 연내 합작사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 상무가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일본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M&A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신 상무는 일본 게이오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MBA)를 졸업하고 일본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지점에서 근무했다. 일본 롯데에 2020년 말 입사해 지주사 롯데홀딩스 부장을 지냈다.

올해부턴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 상무를 겸직하며 영업·신사업 업무 등을 맡을 예정이다. 부친 신 회장도 컬럼비아대 MBA, 일본 노무라증권, 일본 롯데,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 전신)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롯데케미칼은 일본에 지사와 법인을 두고 있다. 일본 지사는 기초 소재를, 일본 법인은 첨단 소재를 담당한다. 신 상무는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에서 가장 직급이 높으며 영업 등을 하는 책임·수석 등의 직원이 10여 명 미만으로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일본 지사는 매출 규모는 작지만 그룹 네트워크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신 상무는 일본 국적을 갖고 있으며 현지 사정에 밝다. 일본에서 유망 기업을 인수하려면 현행 법, 정부 정책, 기업 동향 등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신 상무가 적임자라는 게 롯데그룹 측 설명이다. 신 상무는 한·일 롯데그룹 지분은 없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9년 일본 배터리 소재 기업 히타치케미칼 인수를 추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당시 인수 의지가 강했으나 내부 정보 파악에 한계가 있어 불발된 것으로 안다”며 “신 상무는 일본 정세 파악, (투자) 분석 등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13일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1억6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법인도 이달 말 설립해 10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 세계 10위권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 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신약 개발에도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 회장은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고 했었다.

신 상무는 향후 한국에 귀화할 가능성이 있는데 국내 병역법상 만 38세부터 병역이 면제된다. 신 상무가 국내에 들어와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면 해당 나이를 넘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