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조선DB

쿠팡이 신설 법인을 세우고 금융 사업에 진출한다.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대출 지원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김범석 창업자가 올해 흑자 전환을 이루겠다고 공언한 만큼 캐피털 사업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도 나설 전망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신설 금융 회사인 ‘CFC준비법인’을 설립했다. CFC준비법인은 쿠팡페이(쿠팡 간편 결제 자회사) 산하에 있는 쿠팡 손자회사다.

CFC준비법인 대표는 신원 쿠팡 CPLB(쿠팡 자체 브랜드 자회사) 부사장이 맡았다. 아울러 사외이사·감사위원으로 이석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김앤장 출신 채승훈 변호사를 세웠다.

쿠팡은 신설 법인에서 캐피털(여신전문금융회사)을 준비할 계획이다. 국내 캐피털 설립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다. 쿠팡은 캐피털을 세우고 담보가 없거나 매출이 적어 시중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준비법인은 보통 컨설팅으로 업종을 등록하고 이후 업종을 추가해 사업을 본격화하는 구조”라고 했다.

쿠팡 신설 법인은 경영 컨설팅·투자·부동산 업종으로 등록돼 있다. 캐피털을 하려면 할부 금융·시설 대여·신기술 사업 금융 등 업종을 추가해야 한다.

쿠팡 내부에서는 CFC준비법인이 해당 업종을 추가하고 연내 캐피털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쿠팡의 사업 구조는 직매입(90%)과 오픈마켓(10%)으로 나뉜다. 직매입은 쿠팡이 업체에서 물건을 저렴하게 사입(仕入)해 판매하는 것이다.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쿠팡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쿠팡은 판매를 중개한다.

직매입이든 오픈마켓이든 소상공인 입장에선 쿠팡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고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쿠팡은 소상공인이 자금난을 극복하고 선의(善意) 경쟁 구도를 만들도록 도울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재무 리스크를 해소한다면 쿠팡에 다양한 제품이 입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품이 많을수록 품질이 좋아지고 시장이 선순환되는 구조”라고 했다.

쿠팡은 2010년 설립 이후 소상공인 판매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시중 은행이 담보와 보증 위주로 대출을 진행하면 쿠팡은 제품 판매 추이, 재구매·반품 비율, 고객 후기 등을 더해 대출 한도와 이자를 정할 수 있다.

쿠팡 측은 “준비법인 설립 초기 단계로 공식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했다.

쿠팡은 금융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작년 매출은 184억달러(약 22조2200억원)로 전년 대비 54% 늘었지만 적자 폭 역시 늘어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회사의 작년 영업 적자는 14억9396만달러(약 1조8000억원)로 설립 이후 누적 적자는 약 6조원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캐피털사를 설립하려면 상호, 소재지, 자본금, 출자자, 경영하려는 여신전문금융업 취지와 내용 등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현재 해당 업무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에 위탁하고 있어 기업은 금융감독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등록할 수 있다.

자본금 요건은 할부 금융·시설 대여업·신기술 사업을 하려는 경우 200억원, 신기술 사업 금융 전문 회사가 되려는 경우 100억원이다.

금융감독원 여신금융감독국 관계자는 “보통 캐피털사는 200억원이면 등록 요건이 된다”며 “면담 등의 절차를 거치고 설립 요건을 충족하는지, 법적 문제는 없는지 등을 검토한 뒤 등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