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씨는 지난달 2일 구매한 레고랜드 이용권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5월 5일 개장 얘기를 듣고 미리 이용권을 구매해 뒀지만, 가지 못할 상황에 처해서다. 아이 1명과 성인 2명 입장권 구입에 부가세 포함해 총 16만1000원을 썼다.

이씨는 결국 26일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약관에서 정한 환불 기간이 지나 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구매일 기준 7일 내에만 환불이 된다는 이유였다. 이씨는 “일부 금액 환불을 요청했지만, 그마저도 약관상 안 된다더라”고 토로했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예약 페이지. /레고랜드 홈페이지 캡쳐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이하 레고랜드)가 오는 5월 5일 개장을 앞두고 ‘불공정 약관’ 논란에 휩싸였다. 레고랜드가 자체 약관을 통해 환불 기간이 지난 이용권의 환불을 원천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레고랜드는 지난 3월 25일부터 성인 5만7000원(1인 기준), 어린이 4만7000원으로 책정한 1일 이용권의 판매를 시작하면서 구매일 포함 7일이 지나면 환불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는 약관을 신설했다.

레고랜드는 1일 이용권 환불 약관에서 ‘구매일을 포함해 7일 이내에 회사 홈페이지 내 취소 요청 절차를 통해 철회를 요청해야 한다’고 정했다. 아울러 7일이 지나면 이용일을 다른 날로 조정하는 것은 물론 지불 금액의 일부 환불도 불가능하도록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개장 지연을 겪어온 레고랜드가 불공정 약관을 통해 수익 극대화에 나섰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성인 기준 5만7000원이라는 ‘싸지 않은 가격’을 이용권 금액으로 책정해두고 돈을 돌려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고랜드는 장난감 레고를 테마로 하는 글로벌 테마파크다. 2011년 강원도가 춘천 유치를 확정한 이후 문화재 발굴 등 문제를 겪으며 지연을 겪었다. 2019년 1월로 예정했던 개장일은 3년 넘게 밀렸고, 공사비 역시 당초 1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었다.

레고랜드 환불 불가 피해를 겪었다는 직장인 김모씨는 “아직 사용하지도 않은 입장권에 환불 기간을 정해 두는 것은 돈을 벌겠다는 의지로 밖에 안 보인다”면서 “취소 수수료를 책정해 일부 금액의 환불하지 않는 곳은 레고랜드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등 테마파크는 구매일 이후 7일 경과 시 환불 불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에버랜드는 이용 약관에서 방문예정일 기준 하루 전까지 전액 환불 규정을 두고 있다. 롯데월드 역시 같은 내용의 약관을 두고 있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전경. /연합뉴스

레고랜드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등 현행법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자상거래법은 제17조 제1항 청약철회 및 계약해제에서 자유로운 청약 철회 기간을 7일로 정해두고 있다.

레고랜드 관계자는 “법에서 정한 구매 후 7일 내 전액 환불 의무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1일 이용권 구매를 위한 예약 페이지에서 환불 규정에 대한 안내를 제공하고 있고 이에 동의할 경우에만 결제가 진행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레고랜드의 환불 약관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이용권은 물품 용역형 신유형 상품권으로 약관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표준약관을 따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는 “약관을 들어 매매 계약의 취소 및 환불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 침해”라며 “공정위는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서 유효기간 경과 후에도 잔액의 90%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약관심사과 관계자는 “표준약관에서 벗어난 부당 약관에 대해서는 시정권고를 내릴 수 있다”면서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내리게 되고, 시정명령까지 따르지 않으면 검찰 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