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의 웹툰 플랫폼 만화경이 출범 2년여 만인 작년 11월, 애플리케이션(앱) 누적 다운로드 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

2019년 8월 웹툰 12편으로 시작한 만화경은 현재 160여 개 작품, 회원수 20만 명을 보유한 웹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웹툰 시장의 후발주자였지만, 지난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만화 부문 2위에 오를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만화경은 출범 초부터 자극적이지 않은 ‘일상 웹툰’과 ‘격주 연재’를 선보여 타 플랫폼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작품을 연재하는 만화가 중 80%가 만화경을 통해 데뷔한 신진 작가인 만큼 신선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스타그램에서 9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작가 키크니도 이곳에서 처음 연재를 시작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웹툰 플랫폼 만화경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명철 만화경셀장.

배달앱이 만화 배달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명철 만화경 셀장은 “배달앱이 만화를 배달한다는 것이 낯설어 보일 수도 있지만, 무형의 콘텐츠를 앱을 통해 배달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음식 배달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화경은 한 마디로 ‘신(新) 재미 발견’하는 플랫폼”이라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만화경 앱에서 사람들이 만화를 갖고 재밌고 놀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셀장은 만화경의 콘텐츠 수급 및 마케팅 계획 등 만화경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다음은 김 셀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2년여 만에 앱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했다. 소감은?

“만화경은 다른 웹툰 플랫폼이 다루는 자극적인 성인물이나 무협 등의 콘텐츠 대신 ‘일상’에 대한 니즈를 공략했다. 일상의 소소한 재미, 착한 웹툰을 지향한 것이 독자들에게 통한 것 같다.

3년 전 처음 웹툰 시장에 들어왔을 때는 규모에 상관없이 특색 있는 플랫폼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카카오(035720), 네이버 같은 대기업 플랫폼은 글로벌하게 확장하고 있고, 하위 그룹은 하향 곡선을 그리는 추세다.

만화경의 경우 포지션은 작지만 꾸준히 성장해 시장 2 티어 그룹의 상위권에 안착했다. 순간 순간 변화에 잘 대처한 것이 시장의 반응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타 웹툰 플랫폼과 다른 만화경만의 차별화된 특징은.

“’작가와 독자 간의 소통’을 지향한 점을 들 수 있다. 독자들이 작품에 공감하고, 작가들이 독자들의 반응을 잘 볼 수 있도록 장면마다 소통할 수 있는 ‘구름톡’ 기능을 국내 웹툰 플랫폼 최초로 도입했다. 독자 절반가량이 구름톡을 켜고 만화를 본다.

최근에는 원하는 주제로 사진과 글을 올리며 수다를 떠는 ‘태그(#)톡’을 도입했다. 작가와 독자가 함께 이야기 나누기 좋은 웹툰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얻게 된 것 같다.”

우아한형제들이 출시한 웹툰 플랫폼 만화경이 출범 2년여 만에 앱 다운로드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 /우아한형제들

‘만화요약송’도 화제를 모았다. 2019년 선보인 ‘개구리 공주’ 만화 요약송은 누적 조회수 200만 회를 넘어섰는데.

“빙그레의 왕자 캐릭터 ‘빙그레우스’를 만든 스튜디오좋과 협력해 나온 아이디어로, 만화경을 알리기 위해 만든 일종의 광고 콘텐츠다. 만화경의 주 사용자가 10~20대 중반인데, 젊은 연령층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들에게 친숙한 만화 영화 음악 형식의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에 배포했다.

앱 설치자 중 절반가량이 만화요약송을 통해 들어왔을 정도로 반응이 좋아 유튜브 뮤직, 멜론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선보였다. 최근에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받아 원하는 작품의 요약송을 만들어주고 있다.”

가장 만화경스러운 작품, 또는 만화경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웹툰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레인보우 팔레트’, ‘원터 게임’, ‘생존 일지’를 꼽고 싶다. ‘레인보우 팔레트’는 전 세계의 색을 관리하는 색깔사관학교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다. ‘윈터 게임’은 가족을 잃은 시베리아 스라소니 형제가 야생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생존 일지’는 좀비 소녀와 인간 남자의 생존 기록을 담았다.”

인터뷰를 함께 한 구지민 만화경 서비스·기획 담당은 ‘올림픽 기념 동계 단편선’을 꼽았다. 동계 올림픽 개최를 맞아 10명의 웹툰 작가가 열흘간 하루에 한 편씩 작품을 그렸는데, 작가 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담당하는 채상아 담당은 ‘아침밥 가게’를 추천했다. 마음을 닫은 여중생이 아침밥 가게에서 식사를 하며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독자들로부터 ‘힐링됐다’ ‘마음이 치유됐다’는 평을 얻었다.

소속 작가의 약 80%가 신진 작가라고 들었다. 스타 작가가 된 키크니도 만화경에서 처음 연재를 시작했는데,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이고 작가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신진이냐 기성이냐를 따지지 않고 동일한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한다. 아직 플랫폼 내 작품 수가 부족한 만큼, 특정 주제를 정하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

단 선정성이 높은 성인물, 일명 ‘19금’ 작품은 받지 않는다. 가족 모두가 함께 보는 플랫폼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미 잘하는 곳이 많은데 굳이 우리가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있다.”

만화경이 선보이는 구름톡(왼쪽)과 태그톡. 만화를 보면서 감상평을 나눌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배달 앱이 웹툰 플랫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출범 초부터 ‘배달의민족이 왜 만화를 하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무형의 콘텐츠지만 만화도 음식과 같이 ‘배달된다’는 점에서 개념이 통한다고 봤다.

만화경은 우아한형제들의 문화 사업을 담당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출범 초부터 다양한 문화 콘텐츠 활동을 해왔다.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발표한 비전 3.0이 ‘문 앞으로 배달되는 일상의 행복’이다.

앞서 비전2.0이 ‘먹고 싶은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였지만, 이젠 음식뿐만 아니라 만화, 콘텐츠 등 사람들에게 행복을 담은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만화경도 그 일환으로 보면 된다.”

배달의민족과 시너지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만화경은 배달의민족과 연동돼 있지 않고, 독자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시너지를 내는 방향을 찾고 테스트하는 중이다. 처음 배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주 고객이 사회 초년생이나 조직의 막내였는데, 이제는 고객들이 성장해 20~30대다. 만화경 주 사용자가 10~20대 중반인 만큼 고객 저변을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목표는 무엇인가.

“콘텐츠를 기반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아직은 검증 단계지만, 좋은 작가들을 발굴해서 모시고 만화경에서 연재한 작품을 해외로 수출해 작가들과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목표다. 당장은 직접 해외에 플랫폼을 선보이기보다는 카카오나 네이버 등 해외에서 잘하고 있는 웹툰 플랫폼을 활용해 소속 작가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식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