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미디어 콘텐츠 자회사 마인드마크가 운영하는 SNS 채널 '꿈꾸는 집'. 리빙 브랜드 까사미아 제품을 활용해 인테리어 콘텐츠를 제작한다. /인스타그램

유통업체들이 콘텐츠 제작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단순히 드라마나 예능에 끼워 넣은 간접광고(PPL) 수준이 아닌 콘텐츠와 연계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상품 판매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LB, 디스커버리 등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F&F(383220)는 최근 투자 전문 자회사인 F&F파트너스를 통해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콘텐츠를 인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F&F는 약 235억원을 투자해 빅토리콘텐츠의 지분 50.77%를 사들였다.

2003년 설립된 빅토리콘텐츠는 ‘발리에서 생긴 일’, ‘쩐의 전쟁’, ‘대물’ 등의 히트작을 내놓은 드라마 제작사다. 지난해 매출 248억원, 영업이익 7억원을 기록했다.

F&F파트너스는 앞서 드라마 제작사 채널옥트와 밤부네트워크, 웹드라마 지식제작권(IP) 보유 제작사 와이낫미디어, 마케팅 및 콘텐츠 유통 배급사 바이포엠 등 콘텐츠 관련 회사 6곳을 투자했다.

업계는 F&F가 주력 브랜드인 MLB의 중국 사업에서 콘텐츠 기반의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인수 작업은 콘텐츠 사업 전개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의 시작 단계”라며 “패션사업과 K-콘텐츠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티몬의 오리지널 웹 예능 '광고천재 씬드롬'. /티몬

신세계(004170)는 오는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부가통신사업 △인터넷 경매 및 상품 중개업 △인터넷 광고를 포함한 광고업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 △인터넷 콘텐츠 개발 및 공급업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2020년 260억원을 출자해 미디어 콘텐츠 자회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하고 제작사 실크우드, 스튜디오329 등을 인수했다. 실크우드는 드라마 ‘시간’과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예능 프로그램 ‘싱포유’ 등을 제작했고, 스튜디오329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인간수업’ 등을 만들었다.

마인드마크는 현재 영상 제작 및 배급, 뉴미디어 사업, 인터넷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영화·음악·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광고업 등 다양한 미디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리빙 기업인 신세계까사 제품을 활용한 인테리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꿈꾸는 집’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설경구, 문소리 주연의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의 배급에 뛰어들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티몬은 최근 콘텐츠에 쇼핑을 결합한 ‘콘텐츠 커머스’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커머스가 아닌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로 스토리 중심의 ‘관계형 커머스’ 구축했다. 이런 취지로 출범한 오리지널 웹 예능 ‘광고천재 씬드롬’은 누적 조회수 150만 회 이상, 거래 당 평균 매출 2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장윤석 대표는 아마존, 쿠팡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 2.0 시대의 핵심이 싸고 빠른 배송이었다면, 3.0 시대는 브랜드와 콘텐츠가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나이키처럼 팬들과 소통하면서 성장하는 방식이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TV 광고를 시작한 쿠팡플레이. /쿠팡

세계적인 유통업체들도 콘텐츠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은 최근 영화 ‘007 시리즈’ 제작사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사 MGM을 85억 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아마존이 지금까지 진행한 80여 건의 인수합병(M&A) 중 유기농 식품 매장 홀푸드마켓 인수(137억달러)에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아마존이 거액을 들여 영화사를 인수한 이유는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강화해 회원제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많다. 이를 통해 고객 ‘록인(가두는) 효과’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최저가와 빠른 배송은 유통업계의 기본 전략이 됐다”며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선 콘텐츠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국내 이커머스 업체 쿠팡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 플레이’를 통해 유료 회원(와우 멤버십) 수를 확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유료 회원 수는 900만명으로 전체 인터넷 쇼핑 이용자 수(3700만명)의 4분에 1에 달했다. 최근에는 TV 광고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일각에선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한 미디어 업체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소위 ‘대박’ 콘텐츠를 내기까지 수년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통 미디어보다는 OTT를 지향하는 것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