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을 살린다며 대형마트에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을 강제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났지만 정치권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픽=이은현

오는 4월부터는 임대료가 급등한 상권에 프랜차이즈 직영점의 입점을 제한하는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상권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 규제는 정치권이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인상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의 주 원인으로 대형 프랜차이즈를 지목하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이 특정 한 집단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닌 복합적이고 단계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프랜차이즈 입점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로 보는 게 맞다는 시각이다.

◇임대료 급등한 상권, 스타벅스 입점 제동

25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오는 4월 28일 지역상권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 법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임대료가 급등한 상권 관계자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지자체에 ‘지역상생구역’을 지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정되면 구역 내 임대인과 임차인은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상생협약을 맺고 정부는 조세·부담금을 깎아준다.

법에는 지자체장이 구역 내에 특정업종 입점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여기에 대형마트와 연 매출이 일정금액 이상인 가맹본부의 직영점이 포함됐다.

앞서 입법예고된 시행령안(案)에 따르면 연 매출 기준은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을 참고해 식료품 제조업, 도소매업은 연 매출 1000억원, 음료 제조업은 800억원 초과다.

예를 들어 매장 전부를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향후 지역상생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출점이 제한된다.

가능은 하지만 지역상인, 전문가로 구성된 지역상생협의회체 협의, 지역상권위원회(지자체가 조례로 정하며 11~15명 규모) 심의를 거쳐 지자체장에게 등록해야 한다. 현재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이 하는 것처럼 출점 전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

CJ올리브영과 다이소도 전국 매장 중 직영점 비중이 60% 이상으로 높아 지역상권법으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반면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가맹점 비율이 높은 커피 프랜차이즈 입점에는 제한이 없다.

◇젠트리피케이션이 프랜차이즈 탓?... “일방적 영업제한은 차별”

전문가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겨난 원인을 프랜차이즈에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진아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는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 시장성이 확보된 지역에 들어오며 초기 단계에 실험적으로 들어오는 일은 결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택가에 제일 처음 까페가 입점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초기 단계를 알리고 음식점업이 증가하고 이후 의류, 화장품업종으로 변하면서 대형 프랜차이즈가 입점하는 경향이 관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체인사업, 가맹점 사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일방적인 영업 제한은 또 다른 차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임대료 상승이 일어난 후에 영업 제한을 하는 사후조치 형태여서 결과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행령안(案)에 따르면 지역상생구역 신청 요건 중 하나는 ‘해당 지역 평균 상가임대료가 시·군·구 조례로 정한 임대료 비율을 초과해 2년 간 계속 상승한 경우’다.

우리나라가 참고사례로 삼은 미국은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독립상점도 입점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지역의 고유한 분위기를 해치는지 여부를 입점 규제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지역마다 매장 디자인을 다르게 적용하고 지역에 맞는 조리법을 개발하는 등 특화 서비스, 상품을 판매하면 입지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반대로 독립점포가 타 지역과 차별성 없이 매장을 운영하면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