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식시장이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전자상거래 기업의 주가 하락 속도가 빠르다. 쿠팡, 미국 아마존, 영국 오카도는 최근 한달 간 주가가 두자릿 수 하락했다.

올해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산정해야 하는 SSG닷컴과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은 비교기업의 급격한 몸값 하락에 난감한 분위기다.

그래픽=손민균

25일 미국 3대 주가지수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최근 한달 간 각각 5.3%, 12.7%, 8%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던 2020년 3월 급락한 이후 꾸준히 올랐으나 작년 말부터 하락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긴축 정책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크다.

유통 관련 기업의 주가 하락 폭은 더 크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상장 후 50달러를 웃돌기도 했지만 꾸준히 하락해 24일(현지시각) 18.35달러다. 최근 한달 간 3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주가는 14.8%, 이베이는 9% 하락했다.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렸던 이들 온라인 중심 기업들의 매출, 거래액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와 정부 규제 강화 움직임이 악재가 됐다.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을 준비중인 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은 글로벌 기업의 주가 움직임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비교기업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의 상장주관사는 비슷한 사업을 하는 국내 상장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이나 EBITDA(이자, 법인세, 감가상각 비용을 반영하기 전 영업이익)를 참고로 공모가를 결정한다. 비교기업의 시가총액이 EBITDA 대비 몇배인지를 계산해 그 배율을 자사에 대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오아시스마켓을 제외한 두 회사는 영업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거래액(GMV)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비교기업을 어디로 결정하느냐가 기업가치를 좌우한다.

지난해 상장한 크래프톤은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를 비교기업에 넣어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을 23~28조원으로 제시했다가 금융감독원에서 ‘비교기업 선정 방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라’는 요청을 받고 해외 기업을 빼고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기업으로만 좁혔다. 이에 시가총액은 19조5590억원~24조3510억원으로 줄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다. 컬리는 이번주 내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이후 공모가 산정에 돌입할 전망인데 이커머스 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전례가 없어 쿠팡이나 영국 오카도, 중국 신선식품 이커머스 미스프레시 등 해외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한 오카도와 나스닥 상장사 미스프레시 주가는 지난 한달 간 각각 18% 떨어졌다.

SSG닷컴과 오아시스마켓은 아직 상장 예비심사도 청구하지 않은 만큼 비교기업을 선정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국내외 증시 흐름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시장이 안좋은 상황에서 섣불리 상장을 추진했다가 목표 대비 낮은 몸값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 거론되는 3사의 기업가치는 SSG닷컴이 10조원, 마켓컬리가 4조~5조원, 오아시스마켓이 1조원 수준이다. 쿠팡이 GMV 대비 2.5~3배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은 점을 보수적으로 고려한 수치인데, 주가가 하락하면서 현재는 이 배율이 2배가 안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IT, 게임 등 다른 업종과 달리 유통업은 철저히 내수산업이기 때문에 각국의 경제 상황과 정부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해외 기업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고 국내에 비교할 만한 기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특히 플랫폼 사업자의 상장주관사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커머스와 같은 신성장 산업에 속한 기업의 가치 평가는 다른 산업군에 비해 특수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커머스는 기업가치 산정에 단순 거래액과 매출액 이외에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준다”며 “고객 재구매율, 평균 거래액 등이 고려될 수 있고 어떤 지표에 가중치를 부여할 지 여부는 기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과 비즈니스모델 등에 따라 다르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