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위 가구·인테리어 기업인 한샘(009240)현대리바트(079430)가 시공 협력기사 모집을 위한 ‘돈 풀기’에 나섰다. 임금을 20% 상향 조정하고 시공비에 200만원 웃돈을 얹는 경우도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고객의 인테리어 수요는 느는 반면, 기술력 좋은 시공 협력기사를 구하기 어려워져서다.

16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은 지난해 시공 협력기사 임금 테이블을 전년 대비 평균 20% 상향 조정했다.

임금 테이블은 시공 협력기사 1인당 생산성을 고려해 지급하는 일종의 기본급으로 2019년에 10% 인상됐다. 2년 새 32% 인건비가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 인상률(4.4%)과 비교해 약 6배가량 높다.

한샘 시공 협력기사가 인테리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샘 제공

한샘은 지난해 자체 시공 인력을 양성하는 ‘한샘아카데미’도 열었다. 신입 시공 인력을 모집해 공구 사용과 제품 시공 등 기초교육과 실습교육을 진행한다.

공구사용 관리와 재단 작업, 시공 실무 등 최소 10일에서 최대 2개월까지 교육하고, 전문 시공 기술자를 보조하며 최소 6개월에서 1년간 현장 경험과 실습교육을 하는 방식이다.

현대리바트는 올해 시공 협력기사 임금 테이블을 약 30%까지 올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0% 상향 조정을 진행했지만, 갈수록 시공 협력기사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가구·인테리어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리바트는 월 기본급 기준 약 300만원 정도를 전문 시공 기술자에 지급했는데, 최근엔 웃돈을 얹어 500만원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이 시공 협력기사 인건비를 올리고 교육에 웃돈까지 쓰는 이유는 시공 협력기사 확보가 회사 핵심 경쟁력이 될만큼 중요해 졌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재택근무제가 늘면서 사무용 가구 시장은 쪼그라든 반면 시공 협력기사가 동원되는 리모델링·인테리어 시장은 2020년 41조원에서 지난해 60조원으로 급성장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전체 수리뿐 아니라 주방이나 욕실, 특정 방 등 부분적인 인테리어 수요까지 더해져 리모델링·인테리어 주문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해진 시간에 인테리어를 마쳐야 우리도 이익인 탓에 당연히 돈을 더 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대리바트가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8층에 문을 연 토탈 인테리어 전시장 ‘리바트 킨텍스점. /현대리바트 제공

시공 협력기사를 향한 돈 풀기는 앞으로 더 심화할 전망이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외에도 KCC글라스 등 건자재 업체들이 잇따라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하는 등 공사 현장이 증가하고 있지만, 인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샘은 리모델링·인테리어 시공 협력기사 모집 공고에 ‘월 800만원, 연봉 1억원 가능’이란 문구를 걸기도 했다.

경력 20년의 시공 협력기사 손환일(46)씨는 “시공 기사들은 전문 기술자를 중심으로 2인 1조 혹은 3인 1조 단위로 움직이는 데 최근 보조 인력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했 다.

그는 “인테리어 시공 보조 기사로 경력을 쌓아야 제대로 임금을 받을 수 있는데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배달 시장으로 대부분의 인력이 떠나버렸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상승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모양새다. 한샘은 내달부터 주요 인테리어 품목인 창호와 도어 품목을 4% 인상키로 했다. 오는 3월에는 부엌과 욕실·마루·벽지 품목을 4% 안팎 인상할 계획이다.

현대리바트도 주방, 욕실 시공 가구 전 제품의 가격을 3~5% 인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인상 발표 이유로 기업들은 가구의 원자재인 목재 가격과 물류비의 상승을 꼽지만 여기에는 시공 협력기사 인건비 부담 영향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