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051900)이 화장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 사업으로 꺼낸 생수 사업이 위기에 빠졌다. 2011년 해태htb(구 해태음료)를 인수하며 확보한 ‘평창수’와 휘오 브랜드 생수가 시장 점유율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수원지 물이 말라가고 있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12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 9월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에 위치한 4곳 취수정 중 1곳에 대한 ‘폐공 고려’ 결론을 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생수 생산 등으로 해당 취수정 수위가 기존 대비 7m 낮아지는 등 고갈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LG생활건강 자회사인 해태htb는 해당 취수정에서 ‘다이아몬드 샘물’을 생산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샘물은 주로 호텔이나 식당 등에 납품된다.

LG생활건강의 생수 제품인 평창수와 휘오 다이아몬드. /조선비즈DB

먹는 샘물로 분류되는 생수는 원수(지하수)를 취수해 여과 과정만 거친 후 판매된다. 그만큼 수원지의 수질 관리가 중요해 환경부는 환경청을 통해 5년에 한번 각 생수 업체가 운영하는 취수정의 수량·취수량, 취수정 인근 오염원 여부, 작업장 관리상태 등 환경영향심사를 진행한다.

업계는 이번 결과가 LG생활건강 생수 사업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취수정에서 뽑아낸 지하수를 정수처리, 살균소독, 병주입 및 마개봉인 공정을 거쳐 포장 후 판매하는데, 취수정 폐공은 생수 생산량 감소로 직결되서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수위가 내려간 해당 취수정에 대한 취수량 조절 명령을 회사측에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까지 해태htb는 해당 취수정에서 하루 최대 4만ℓ의 원수를 뽑아왔다. 500㎖ 다이아몬드 샘물 기준 8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폐공으로 결론나지 않았다”면서 “전체 취수정에서 차지하는 생산량 규모 5% 수준으로 크지 않고, 폐공 시 신규 관로 개설 방법도 있는 만큼 수위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피되 계속 사용하는 방향으로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이 생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울릉샘물’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환경부와 인허가 문제를 겪으며 사업 추진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LG생활건강은 울릉군의 먹는 샘물 개발 사업에 참여해 500억원을 투자했다. 2018년 10월 울릉군과 먹는샘물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울릉샘물’도 설립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뒤늦게 경북도의 울릉샘물 개발 허가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환경부는 공익을 목적으로 지정·고시된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취수된 수돗물을 누구든지 용기에 넣거나 기구 등으로 다시 처리하여 판매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울릉샘물의 생산공장 건설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울릉도와 환경부 간 인허가 문제가 잘 풀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태htb 인수 10년째인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생수 매출은 400억원 안팎(시장점유율 4%)으로 추정된다. LG생활건강의 음료 부문 전체 매출이 1조50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생수 사업 비중은 2.6% 수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67개 생수업체가 수원지 지역별 허가를 받아 먹는 샘물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전국에 분포된 취수정은 약 200곳 수준이다. 대형마트나 쿠팡 등이 판매하는 자체상품(PB) 생수 역시 여기서 나온 원수로 생산, 유통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판매된다.

생수업계 한 관계자는 “생수 사업은 소비자 가격에 비해 제조원가가 낮아 수익을 내기 쉬운 특성이 있다”면서 “국내 수원지가 제한돼 있어 깨끗한 수원만 확보하면 절반의 성공을 확보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LG생활건강조차 상황이 이렇게 될지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