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급성장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올해 네이버, 쿠팡, 신세계그룹(SSG닷컴·이베이코리아) 등 ‘3강’의 선점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위권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그동안 연평균 20%대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유통시장 내 높은 온라인 침투율과 기저효과에 따라 ‘저성장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올해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률을 9~13% 수준으로 전망한다.

그래픽=손민균

◇ 이커머스 고성장은 끝났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 둔화는 세계적 추세다. 한국보다 경제 재개가 빨랐던 미국에선 지난해 11월 블랙 프라이데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89억 달러(약 10조7100억원)로 전년 대비 1억 달러(약 1200억원) 줄었다. 바로 이어진 사이버 먼데이(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첫 월요일에 하는 온라인 쇼핑 행사) 거래액도 전년 대비 1억 달러가 줄어든 107억 달러(12조8800억원)를 기록했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 매출이 줄어든 것은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의 성적도 예상치를 하회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온라인 쇼핑몰 티몰의 매출은 전년 대비 8.45% 증가했다. 2009년 행사를 시작한 이래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률도 감소세를 보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해 유통 부문 매출액 증가율이 1분기 50%, 2분기 22%, 3분기 8%로 축소돼, 최근 3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침투율이 높은 국내 역시 성장률이 둔화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의 소매 시장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37%로, 자동차와 연료를 제외하면 침투율이 47%에 달한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올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 작년보다 14.5% 성장한 211조8600억원, 2023년에는 13.7% 성장한 241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온라인 침투율이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규모로, 올해는 이커머스 산업 내 경쟁 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손민균

◇지속되는 적자…점유율 30% 선점 가능할까

뚜렷한 강자가 없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와 다름없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17%), 신세계(004170)그룹(SSG닷컴·이베이코리아, 15%), 쿠팡(13%) 순으로, 절대강자가 없다 보니 점유율 선점을 위한 적자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쿠팡의 영업적자는 지난해 1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SSG닷컴과 롯데온도 영업적자가 각각 1070억원과 143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에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선 30% 점유율을 선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은 “국내는 정부가 독점을 규제하는 데다, 대기업이 공격적으로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절대강자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빅3 체제가 공고한 가운데, 중하위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예상된다”며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과 네이버처럼 쇼핑 외 다른 수익 모델이 있는 곳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잡기 & 수익성 개선’ 돌입

이커머스 업체들은 고객 록인(Lock-in·묶어두기)과 수익선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돌입했다.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TSE) 상장 후 네 차례의 유상증자로 1조38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한 쿠팡은 올해도 물류센터 확충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100여 개가 넘는 물류센터를 확보한 쿠팡은 물류센터를 추가로 건립해 로켓배송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쿠팡 물류센터. /쿠팡

이와 함께 쿠팡은 최근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인상하고, 배달 앱 쿠팡이츠의 수수료를 개편해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멤버십 가격 인상은 기존 회원에게도 시차를 두고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회원 대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면 연매출과 이익이 각각 125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른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에 주력한다. 이와 관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디지털로 온전하게 피보팅(Pivoiting)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자산을 하나의 축으로 삼아, 디지털 기반의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가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유료 멤버십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업공개(IPO)도 나선다. 업계가 예상하는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으로, 모회사 이마트(139480)(4조~5조원)와 신세계(2조~3조원)의 합산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규모다.

네이버는 제휴를 통해 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한다. 앞서 CJ대한통운, 신세계그룹과 지분을 교환한 네이버는 이마트, 홈플러스, 백화점 식품관 등을 유치해 플랫폼 록인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장보기 서비스에 힘을 줬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물류 안정화에도 나섰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 등 풀필먼트 업체와 손잡고 통합 물류 관리 플랫폼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를 구축한 데 이어, 대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해 스마트 스토어 입점 업체의 배송을 지원할 계획이다.

마켓컬리 냉동차에 배송 제품이 들어차 있는 모습. /컬리

◇기업공개 나서는 쓱·컬리·오아시스... 경쟁 가속화될 듯

중하위권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온라인 장보기 업체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상장을 통해 사세를 확대할 예정이다. ‘K-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첫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마켓컬리는 최근 2500억원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하며 4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상장 조달 자금을 활용해 새벽배송 권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한 물류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2023년 상장을 계획 중인 11번가도 거래액과 매출액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아마존과 협력해 선보인 글로벌 스토어의 상품을 강화하고, 모기업 SKT와 함께 선보인 유료 멤버십 ‘우주패스’ 혜택을 강화할 계획이다.

출범 3년 차인 롯데온은 롯데쇼핑(023530)의 백화점과 마트 역량을 활용해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롯데쇼핑은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온라인 조직을 모두 이커머스사업부로 이관했다. 메타쇼핑(위메프)과 콘텐츠 커머스(티몬)를 앞세운 1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의 변신도 주목된다.

정연승 교수는 “소비자들이 자사 플랫폼 내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차별화된 콘텐츠나 라이브 커머스(라방) 등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풀필먼트, 퀵커머스(즉시 배송) 등을 사업적으로 잘 연결해 완성된 모델로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