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한 배달기사가 배달할 음식을 오토바이에 싣고 있다. / 연합뉴스

혼자 사는 직장인 이진실씨(29)는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었다 다시 닫는 일이 잦아졌다. 최소 주문 금액에 배달료까지 내면 한 끼 식사로 내는 금액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이유가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인데,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려면 음식량은 늘고 배달료까지 내면 거의 2만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배달 시장이 커졌지만, 점차 1인 가구가 배달을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같은 배달 플랫폼사의 높은 광고료와 중개 수수료가 배달료 또는 최소 주문 금액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배달 수요 급증, 배달앱과 연계된 배달 대행업체의 배달 수수료까지 인상되면서 1인 가구의 배달음식 주문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소 주문 금액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결제해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을 말한다. 배달앱에 등재된 음식점이 ‘이 정도는 팔아야 손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기준이지만, 대부분의 음식점이 최소 주문 금액으로 1만2000~2만원을 설정해두고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에 등록된 한 프랜차이즈 떡볶이 전문점은 최소 주문 금액으로 1만2000원을 설정했다. 떡볶이 1인분이 3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4인분은 시켜야 주문이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샌드위치 업체도 최소 주문 금액을 1만5000원으로 설정했다. 일부 음식점은 최소 주문 금액을 5000원으로 설정했지만, 1만5000원이 넘는 음식만 팔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수도권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배달앱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82.8%가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주문한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기 위해 원래 시키려던 양보다 많은 음식을 주문하면서 금전적인 부담도 커졌지만, 음식물·일회용품 쓰레기 증가 등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최소 주문 금액을 넘겨도 최소 2000~3000원의 배달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배달의민족에 등록된 한 국수집은 최소 주문 금액을 5000원으로 해놓고 배달료로 5000원을 받았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최소 주문 금액은 배달을 공짜로 해주는 대신 최소 2인분 이상 주문을 하라는 취지인데, 최소 주문 금액에 배달료를 따로 책정하는 게 관행이 됐다”고 말했다.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서울에서 배달료를 받는 음식점 50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서울 지역 평균 배달료는 2141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내 평균 최소 주문 금액은 1만5468원이었다. 1인 가구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최소 1만7609원을 써야 음식 배달이 되는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분석한 청년 1인 가구의 일평균 식비 1만6000원에 맞먹는 돈이다.

배달앱 내 한 음식점은 최소 주문 금액을 5000원으로 설정했지만, 1인 식사 금액을 1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 배달앱 캡처

배달앱과 배달 대행업체로 이원화한 배달 구조가 최소 주문 금액과 배달료라는 이중부과 구조를 낳았다. 음식점주들은 배달앱에 광고료와 배달 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음식 가격의 6.8~12.5%를 지불하고 배달을 대행하는 업체에 또 배달료를 내고 있다. 배달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수수료를 고려하면 최소 주문 금액과 배달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배달앱 수수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치킨집에서 1만7000원짜리 치킨을 배달앱을 통해 판매할 경우 음식점주가 손에 쥐는 돈은 3844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원재료비(7469원)와 임대료(한 달 100만원 가정), 세금(2805원)을 제외하면 수입이 6393원인데, 광고료 333원(2%), 중개료 1156원(6.8%), 결제 수수료 560원(3.3%) 등 총 2049원을 배달앱에 낸다.

배달앱에 등재된 음식점은 대부분 1500원가량의 배달 대행 수수료를 따로 납부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달 한 건당 대행업체는 3000~5000원가량의 수수료를 붙이는데 음식점은 이를 소비자와 나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는 급증했지만, 배달기사 수가 늘지 않으면서 배달기사에 부여하는 배달료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된 배달기사들은 음식점과 상관없이 택시처럼 콜을 받아 배달하고 건당 요금을 받는다. 가령 건당 3500원을 받는다고 하면 음식점이 1500원 정도를 부담하고, 나머지 2000원을 소비자에게 배달료 명목으로 받는 식이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는 배달기사에게 지급되는 배달료와 무관하게 식당이 책정한 배달료만 내면 되지만, 장기적으론 소비자에게 (부담이) 돌아올 것”이라면서 “(배달앱 업체가) 배달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배달료를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수수료 인상 등으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음식을 ‘공동 구매(공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누군가 ‘배달음식 시키려는데 한꺼번에 같이 주문하겠다’고 말을 꺼내면, 먹고 싶은 사람이 이를 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식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배달앱 수수료가 낳은 재밌지만, 한편으론 슬픈 초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