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비호감 대결’로 치닫고 있다. 여야 1위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모두 대장동, ‘고발 사주’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연일 계속되는 네거티브와 막말 공방에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며 상대 진영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온갖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점점 공고해지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주장이다. 강성 지지층이 주도하는 선거 환경이 무당층과 중도층을 최선(最善)이 아닌 차악(次惡)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왼쪽부터) 경기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조선DB

◇여야 1·2위 주자 모두 ‘호감<비호감’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9월 3주(14~16일)에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주요 인물별 호감 여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야 1,2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모두 ‘비호감’ 답변 비율이 ‘호감’보다 높았다. 이 지사가 호감 34%, 비호감 58%였으며, 이 전 대표는 호감 24%, 비호감 66%였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도 호감 비율은 각각 24%와 28%인 반면 비호감 비율은 66%와 64%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2주(9~11일) 여야 주요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첫 호감도 조사를 실시했을 당시 이 지사의 비호감도는 43%였다. 6개월 새 15%포인트가 급등한 것이다.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는 이 기간 56%에서 66%로 10%포인트 올랐으며, 윤 전 총장은 47%에서 50%로 3%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홍 의원에 대한 비호감도는 72%에서 64%로 8%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지난 2017년 대선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017년 2월 4주(21~23일) 실시한 대선주자 호감도 조사에서 당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호감 47%, 비호감 46%였으며, 안희정 충남도지사 호감 54%, 비호감 37%, 이재명 성남시장 호감 39%, 비호감 51%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호감 33%, 비호감 60%였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 '차기 정치 지도자 주요 인물별 호감 여부' 조사 결과/홈페이지 캡처

◇난무하는 의혹과 막말 정치에 국민 피로도↑

이는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과 무관치 않다. 여야 1위 대선주자인 이 지사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윤 전 총장은 고발 사주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대선 정국을 강타한 의혹에 대한 여야의 공세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을 설치하라며 도보 투쟁, 천막 농성 등 장외 장외 여론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 민주당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김웅 국민의힘 의원 제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쏟아지는 거친 말들은 국민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이 지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봉고파직(封庫罷職, 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고를 봉하여 잠근다는 뜻의 고사성어)하겠다”고 했으며, 김기현 원내대표에겐 “도적 떼의 수괴”라고 직격했다.

윤 전 총장은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은 이재명“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화천대유의 주인은 감옥에 갈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내가 대통령이 되어서 이재명 잡아넣으면 된다”고 했다.

◇정작 지지율은 공고…”갈라치기 정치로 인한 양극화 탓”

그런데 정작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비호감도가 높을 경우 지지율은 낮은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오르는 데 반해 지지율은 보합권에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25%, 윤 전 총장은 20%의 지지를 얻었다. 지난 조사 대비 각각 1%포인트씩 오른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정치 양극화’를 꼽았다. 적을 만들어 내 편과 네 편을 구분하는 ‘갈라치기’ 정치가 만연해지며 진영 간 갈등이 극에 치달았다는 것이다. 이에 내 편에는 확고한 지지를, 네 편에는 분노와 증오를 쏟아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선거 환경이 무당층과 중도층이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갈라치기 정치로 인해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의 정도가 커지며 양극화가 심화된 탓”이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에서 진영 간 양극화가 극대화됐다. 그 단적인 예가 조국 사태”라며 “이에 상대편에 대한 비호감도는 높아진 반면 우리 편에 대한 지지는 확고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도층은 대장동 의혹, 고발 사주 의혹 등이 향후 어떻게 흘러갈 지를 보고 차악을 선택할 것”이라며 “5% 이내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