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국내 3~4곳의 물류센터 일부에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한 노르웨이 기업 ‘오토스토어’의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다.

오토스토어는 큐브형 자동저장 시스템을 개발, 로봇 기술을 접목해 기존 물류센터 공간을 4배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회사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 간 국내 첫 협업 사례여서 주목된다.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하는 오토스토어 작동 원리. / 오토스토어 제공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오토스토어 도입을 확정하고,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대구를 비롯한 국내 3~4곳의 물류센터 중 어디에 도입하는 게 효율적일지 검토중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은 물류센터를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 관리와 배송 동선을 최적화 한 미래형 구조로 만들 계획”이라며 “이런 취지에 오토스토어 시스템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토스토어는 1996년에 설립된 노르웨이 회사다. ‘큐브형 자동저장 시스템’을 발명해 미국 전자제품 전문 소매업체 베스트바이, 호주 이커머스 캐치닷컴, 일본 가구·액세서리 소매회사 니토리,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오카도 등 전세계 30개국 500개 넘는 현장에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엔 롯데슈퍼 의왕, 부산 물류센터에 도입돼 있다.

이 회사의 ‘큐브형 자동저장 시스템’은 큐브형 공간(그리드)에 플라스틱 상자를 가득 채우고, 그 안에 물건을 보관한다. 무선조종 로봇이 그리드 안팎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주문이 들어온 제품을 가져다준다. 선반에 물건을 쌓아놓고 사람이 피킹(출고할 상품을 꺼내오는 일)을 하는 시스템보다 저장 밀도가 훨씬 높다. 공간과 인력 모두 절감할 수 있다.

손정의 회장은 쿠팡에 지난 2015년과 2018년 총 30억달러(3조5000억 원)를 투자했다. 오토스토어의 경우 지난 4월 지분 40%를 28억달러(3조3000억 원)에 매입했다. 당시 손 회장이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물류 효율화는 전세계 유통기업의 과제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물류센터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부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가운데 물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배송 속도를 높이는 물류 효율화가 곧 기업의 이익과 직결된다.

오토스토어가 작년 9월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것도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에 이어 두번째다.

올 연말 문여는 쿠팡 대구 물류센터는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33만㎡규모로 쿠팡의 전국 물류센터 가운데 가장 크다.

쿠팡은 지난 2019년 열린 착공식에서 이 물류센터를 영남권과 충청, 호남, 제주까지 아우르는 남부 물류허브이자 글로벌 시장 진출 거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현재 전국에 170여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