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이상호 대표. /11번가

11번가의 아마존 제휴 프로젝트가 오픈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상장을 준비 중인 이상호 11번가 대표의 리더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아마존과 지분투자 약정을 체결한 11번가는 이르면 이달 중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연다. 11번가 사이트에서 아마존 직구(직접구매)를 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11번가는 올 상반기 ‘글로벌 사업팀’을 꾸리고 직매입과 물류 역량을 강화했다. 지난 3월 근거리 물류 정보기술(IT) 플랫폼 업체 ‘바로고’에 250억 원을 투자해 3대 주주에 올랐고, 4월에는 우정사업본부와 협력해 익일배송을 도입했다. 6월에는 SLX택배와 함께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11번가는 모 회사인 SK텔레콤(017670)의 통합 유료 구독 서비스 ‘우주(宇宙)’를 통해 시너지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6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 간담회에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오픈과 관련해 SK텔레콤과 연계한 강력한 멤버십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의 ‘프라임 멤버십’을 표방한 새 멤버십은 월 9900원을 내면 11번가와 아마존의 무료배송 서비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 등을 이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마존 직구+유료 멤버십’으로 시너지↑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작년 거래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별 시장점유율은 네이버(약 28조 원)가 17%로 가장 높았고, 쿠팡(14%), 이베이코리아(12%), 11번가(6%), 롯데온(5%), SSG닷컴(2%)이 뒤를 이었다.

11번가는 약 10조 원의 거래액으로 4위를 점하고 있지만, 상위 3개 업체와 편차가 큰 데다 하위 업체가 공격적으로 뒤따르고 있어 ‘4강’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거래액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픽=박길우

11번가가 아마존과 함께 해외 직구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지속적인 수요 상승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해외직구 시장규모는 약 4조109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하지만 전체 160조 원에 달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11번가가 ‘아마존 직구’만으로 시장 판도를 바꾸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오히려 유료 멤버십의 안착 여부에 따라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이 국내 최다 이동통신 가입자를 보유한 만큼, 서비스 간 연계를 통해 고객을 묶어두는 ‘록인(잠금) 효과’가 뒤따를 것이란 기대에서다.

지난 7월 오픈서베이가 발행한 ‘모바일 쇼핑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객 둘 중 한 명(52.8%)은 이커머스의 유료 멤버십에 가입했다.

자주 이용하는 유료 멤버십은 쿠팡의 ‘로켓와우’(61.9%), 네이버의 ‘플러스 멤버십’(41.8%),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클럽’(32.5%) 순으로, 콘텐츠형 부가서비스의 유무가 가입에 영향을 미쳤다. 콘텐츠 경쟁력에서 열위에 있는 스마일클럽은 이용률이 1년 사이 16.4%포인트 감소했다.

◇ 2023년 상장, 아마존과 협력 성과가 관건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11번가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아마존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할 당시 나일홀딩스(H&Q코리아·국민연금·새마을금고)에 18.2%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5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함에 따라 2023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성공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11번가의 시장 점유율이 낮은 데다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상장 조건을 맞추기 위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번가의 영업이익은 2018년 -196억원, 2019년 14억원, 2020년 -98억원, 2021년 1분기 -40억원으로 2019년을 제외하곤 줄곧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액은 2018년 6746억원에서 2019년 5305억원으로 21.4% 감소한 후 지난해 54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성장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9%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118.8%로 전년 대비 25.2%포인트 증가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11번가가 내후년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마존 직구를 넘어선 더 강력한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도 직구 역량을 키우고 있어서다.

11번가 관계자는 “새로운 멤버십과 함께 다양한 시너지를 내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너무 늦지 않게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