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잇달아 정보기술(IT) 개발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성장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SSG닷컴 테크 경력사원 공채. /SSG닷컴 제공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통합법인 SSG닷컴은 지난 18일까지 IT개발자를 모집하는 ’2021년 하반기 Tech(기술) 직군 경력사원 공개 채용' 서류 전형을 진행했다. 채용 인원은 두 자릿수 규모로, 해당 직군 당일 채용으로는 2019년 3월 SSG닷컴 단독 법인 출범 이래 최대 규모다.

현재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 중이다. 이번 채용을 진행하는 데이터·인프라본부는 SSG닷컴의 주문부터 결제, 배송에 이르는 전반적인 사업 영역을 주도하는 핵심 조직이다. 신세계그룹 내 온-오프라인 협업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SSG닷컴의 개발직원은 400여 명으로, 전체 직원 중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회사는 지난달 개발 인력 전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도 했다. 치열한 개발 인력 유치전에서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SSG닷컴 관계자는 “개발 인력이 많을수록 고객의 쇼핑 환경이 좋아진다”며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SSG닷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채널을 주력으로 하는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CJ올리브영도 지난 26일부터 IT 인력 대규모 공개 채용을 시작했다. 채용 인원은 두 자릿수 규모로, IT 직군 단일 채용으로는 올리브영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이번 채용자는 모두 올리브영 디지털사업본부 소속이 된다.

이번 채용에 앞서 올리브영은 IT 전문가들을 잇달아 영입하기도 했다. 디지털사업본부장으로 실리콘밸리와 라인플러스 출신의 이진희 상무를 선임한 데 이어, 서비스 매칭 플랫폼 숨고 출신의 김환 개발담당과 헤이뷰티 출신의 임수진 사업부장 등을 기용했다.

CJ올리브영 IT 직군 공개 채용. /CJ올리브영 제공

올리브영은 우수 역량을 갖춘 IT 전문가를 영입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하는 옴니채널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옴니채널은 올리브영이 지난해부터 강화하고 있는 주요 성장 전략이다.

올리브영이 2018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3시간 내 즉시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 하루 평균 주문건수는 전년 대비 13배 증가했다. 오늘드림은 온라인몰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구매한 상품을 고객 주소지와 가까운 매장에서 포장 및 배송하는 서비스로, 전국 매장망과 연계해 배송 시간을 단축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몰 구매 상품을 매장에서 받고 반품하는 ‘오늘드림 픽업’, ‘스마트 반품’ 서비스도 운영 중이며, 뷰티 전문 라이브커머스 ‘올라이브’도 선보였다.

최근 2254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 장보기 앱 마켓컬리는 투자금 중 상당액을 개발자 채용에 쓸 방침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회사 내 기술개발 팀 인력은 지난해 연말 대비 올해 6월 기준 50% 정도 늘었다”며 “올 하반기에도 기술인력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 밖에 이베이코리아는 신세계그룹에 매각되는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인 지난 2월부터 진행한 공개 채용을 통해 IT 인력을 충원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배달 앱 요기요의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도 연구개발(R&D) 인력을 3년 내 1000명 더 뽑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종합 물류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엔지니어링 관련 직무 합격자에게 50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개발자 모시기에 열중하는 배경에는 이커머스의 급성장이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체 규모는 2013년 38조원대에서 지난해 161조원대로 4배 넘게 성장했으며, 2025년에는 27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채널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기에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개발자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산업군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속도를 IT 개발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업 간 인력 유치 경쟁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