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제과→롯데로지스틱스→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롯데쇼핑’ (2015년 10월말 기준)

‘롯데지주→롯데쇼핑→롯데하이마트’ (2021년 3월말 기준)

경제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복잡한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가 세간의 관심을 끈 건 2015년이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두 아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자충수가 됐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롯데지주를 통해 각 계열사를 지배하고, 신동주 SDJ 회장이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를 통해 롯데 한국 계열사에 영향을 미치는 과도기적 체제에 놓여있다. / 그래픽=정다운

A→B →C→A식 출자로 총수 일가가 소수지분으로 국내외 계열사를 장악하는 순환출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2016년 조사 결과 롯데에서만 무려 67개가 발견됐다. 당시 국내 대기업집단 전체 순환출자 94개의 71.3%에 달했다.

신동빈 회장은 2015년 8월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순환 출자를 2015년 말까지 80%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그룹 지주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부터 2년 뒤인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계열사 간 분할·합병을 통해 49개의 고리를 해소시켰다. 가령 ‘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정보통신→롯데쇼핑’ 순환출자를 ‘롯데지주→롯데쇼핑’으로 단순화 시켰다. 공정위는 2018년 롯데의 순환출자가 모두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는 10월 지주회사 출범 4주년을 맞지만 일본 기업이란 꼬리표는 여전히 따라붙고 있다.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호텔롯데가 롯데지주(004990)(지분율 11.1%)는 물론 롯데쇼핑(023530)(8.86%), 롯데물산(32.83%)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며 각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불안정한 지배구조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 회장이지만 롯데홀딩스 최대주주(28.1%)인 광윤사 지분율은 38.8%로 신동주 회장(50.0%)보다 낮다. 롯데홀딩스와 관계사인 L투자회사의 국내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끊어내지 못하는 이상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요원하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영향력 하에 있는 호텔롯데 등 비상장 회사를 상장시켜 일본계 지분을 희석시키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 롯데지주, 계열사 지분 꾸준히 매입해 지배력 확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롯데지주의 계열사 영향력 확대에 방점이 찍혀있다. 롯데지주는 출범 이후 롯데케미칼(011170)(3월 말 기준 지분율 25.33%), 롯데쇼핑(40.00%), 롯데칠성음료(39.26%)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롯데케미칼은 그룹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이는 핵심 수익원이지만 2017년 말까지 일본 롯데의 지배 하에 있는 롯데물산이 최대주주였다. 롯데물산은 3월 말 기준 롯데홀딩스가 지분 60.10%를 호텔롯데가 32.83%, L제3투자회사 5.25%를 가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은 1.82%에 불과하다.

롯데지주는 2018년 10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주식 796만5201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입하며 지분율 23.2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19년 12월, 2020년 2월, 9월 롯데케미칼 주식을 장내매수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신동빈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매입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 지분율도 지주사 출범 초기 20%대에서 최근 41.25%까지 끌어올렸다. 작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푸드 지분 13%를 모두 매입해 지분율을 종전 23.08%에서 36.37%로 확대하고 이 회사를 관계기업에서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이들 주요 계열사에 호텔롯데, 롯데홀딩스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만큼 롯데지주의 계열사 지분 매입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 롯데렌탈 IPO 통해 호텔롯데 기업가치 상승 노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 당시 국회에 출석해 “내년 상반기까지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금 30~40%를 신주 발행으로 하자고 (논의가) 돼 있다”며 “장기적으로 일본 계열사가 갖고 있는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주를 상장해 일본 주주 지분율을 희석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래픽=박길우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호텔롯데 상장은 안갯속이다. 롯데그룹은 2016년 상장 직전까지 갔으나 경영 비리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연루되며 현실화 시키지 못했다. 이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 연루 등 악재가 겹쳤고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며 상장이 더욱 어려워졌다.

증권업계에선 호텔롯데의 주요 사업인 호텔업, 면세점업 모두 당분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기업공개(IPO)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대신 지분 42%를 보유한 롯데렌탈을 성공적으로 상장시킴으로서 모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롯데렌탈의 발행주식 수(2942만3000주)와 호텔롯데가 인수한 가격(주당 7만6599원)을 토대로 단순 계산한 롯데렌탈의 기업 가치는 2조원대다.

다만 렌터카 2위인 SK렌터카 시가총액이 6455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부채비율(3월 말 기준 621.1%)이 높은 수준이고 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단가 경쟁, 홈쇼핑 등 영업 채널에 대한 비용 부담, 중고차 매각률 하락, 신규 사업부문 광고비 부담 등이 경상적인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그룹에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롯데렌탈이 IPO를 통해 2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 받아 재무 부담을 해소하고 코로나19 이후 업황이 회복되며 호텔롯데 실적이 개선돼 IPO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호텔롯데 상장 후 일본 주주 지분이 희석되면 투자 부문을 분리해 롯데지주에 편입함으로서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할 수 있다. 다만 일본 주주 지분율이 얼마나 희석될 지, 기존 주주들이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롯데지주의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호텔업 업황이 개선되어야 상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2015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인터뷰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호텔롯데와 함께 상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일본 ㈜롯데 상장도 녹록치 않다. ㈜롯데는 2018년 제과회사인 일본 롯데가 판매 유통사인 롯데상사, 빙과업체 롯데아이스를 흡수 합병해 설립한 회사다.

모회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난해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매출은 전년 대비 19.7% 줄고 당기순손실은 한화로 1조원이 넘었다(1021억엔, 1조361억원). 2007년 설립 이후 적자 폭이 가장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