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장보기 앱(어플리케이션)을 표방하는 마켓컬리가 호텔 숙박권까지 판매하고 나섰다.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식품류만으로는 외연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는만큼,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호텔 상품까지 손을 뻗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조선비즈DB

23일 마켓컬리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소노호텔앤리조트는 마켓컬리 예약자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숙박 상품인 ‘비발디파크 컬리 에디션’을 판매한다.

소노벨 비발디파크와 소노펠리체 비발디, 소노빌리지 비발디, 소노펫 등 4개 호텔이 참여하는 기획전이다. 마켓컬리 예약자에게는 물놀이 시설인 오션월드 할인과 동반 자녀 무료 입장, 주중 이용시 퇴실 시간 연장(레이트 체크아웃) 등 혜택을 제공한다.

숙박 요금이 포함되는 호텔 패키지 특성상 가격대도 마켓컬리의 여느 상품군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이번 비발디파크 숙박 상품은 호텔과 객실에 따라 1박당 9만9000원부터 33만9000원 선이다.

마켓컬리는 지난달 말 처음으로 호텔 숙박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웨스틴조선 서울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워커힐호텔앤리조트, 페어몬트앰배서더 서울 숙박권과 식음료(F&B)업장 이용권 등을 묶은 상품을 한정판매 했다.

유통업계는 이같은 마켓컬리의 행보에 대해 주력 상품인 식품만으로는 매출이나 회원 수 등 외연을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 2017년 말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증권시장 입성을 노려온 만큼, 수익성을 개선하기보다 회사 규모를 키워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쿠팡 모델’을 따를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2014년 12월 식재료와 간편식 전문 온라인몰로 시작한 마켓컬리는 최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화장품, 주방용품, 생활용품, 반려동물 등으로 제품군을 넓힌데 이어 가전제품 관련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8일자로 개정된 마켓컬리의 회원약관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 위탁 대상에 삼성전자와 SK매직 등 가전제품 제조사가 추가됐다. 국내 가전회사의 제품을 판매하거나 렌털서비스 등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지난 호텔 숙박 기획전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번 기획전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진행하는 계절성 행사”라면서 “가전제품 관련 서비스는 아직 검토 중인 단계로, 제품이나 서비스 종류 등에 대해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서비스 확장을 통해 마켓컬리는 매출을 키웠다. 다만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배송서비스의 특성상 전국에 물류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켓컬리는 CJ대한통운과 협력해 이달부터 ‘새벽배송’ 대상지역을 충청권으로 확대했다. 매출 확대에는 도움이 되지만 외주를 통한 배송서비스인만큼 수익면에서는 불리한 방식이다.

이 때문에 상장을 위해서는 호텔이나 가전제품 같은 단가가 높은 제품을 판매해, 매출 규모를 단기간에 키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종에 우호적인 기업공개(IPO) 여건인만큼, 투자자들이 자금를 회수하기에 알맞은 시기라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7년 삼성증권과 체결한 상장주관 계약을 해지하고 최근 외국계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으로 상장주관사단을 꾸렸다. 잇단 투자 유치로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희석된 점을 고려해 차등의결권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미국 증시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지난 3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올 연말 전에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투자)은행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기준 마켓컬리의 발행주식은 모두 3037만6633주이고, 이중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은 6.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