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외부자들./교육과실천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터지면서 교권 추락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교사들의 연이은 사직과 극단적 선택 소식은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트라우마가 됐다. 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모두 들춰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과 비밀스런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나아가 학교를 힘들게 하는 건 누구일까. 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의 붕괴를 막기 위한 84가지 제언을 담은 책이 나왔다.

신간 ‘학교 외부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학교와 학생을 도구로 이용한 이들에게 휘둘린 학교와 교육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살핀다.

그간 사회에서는 학교와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를 줄곧 냈다. 하지만 정작 학교의 내부 상황은 어떤지, 교사는 어떠한 처지에 놓여있는지 등에 대한 분석이 없었다. 이 책은 누구나 한마디씩 보태지만 아무도 제대로 모르는 학교 현장의 문제를 일선 교사의 시선으로, 교감의 시선으로 날 것 그대로 드러낸다. 학교를 힘들게 하는 요인을 학교 외부자와 내부자로 나눠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날카롭고, 적확한 어조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 낸다. 매 순간 치열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지만,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불편부당한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학교가, 우리 교육이 향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학교를 힘들게 하는 외부자들과 내부자들에 대한 문제점을 생생하게 담는다. 저자는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불편부당한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현장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학교를 힘들게 하는 외부자들로 교육계의 하나회, 무례한 업무메일, 교육보다 법을 앞세우는 현실, 언론 등을 꼬집는다. 외부자보다 못한 학교 내부자들 목차에서는 학교를 망치는 학부모들의 완장질, 부장을 기피하는 선생님들의 현실, 훌륭한 교장을 만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근 학교 선생님들에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학교폭력이다. 책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를 거론한다. 학교폭력 사건은 민원으로, 아동학대로, 법적분쟁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교사들은 수업을 하는 일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이를 조율하고 해결하는 것에 온 에너지를 빼앗긴다. 저자는 “학교폭력 업무를 교사가 담당하더라도 학폭가산점 대상자 선정업무는 교사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 “99퍼센트의 학교에서 교감이 담당하고 있다 하더라도, 단 1퍼센트라도 교사가 담당하는 곳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중지시키고 교감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교사를 깨우기 위함이었지 깨어있는 관리자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 역시 학교에서 관리자가 됐지만, 학교를 바꾸는 중심을 관리자로만 보지 않고 교사들의 연대가 함께 해야 한다는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 학교의 책임자인 관리자가 바뀐다고 해서 학교 문화가 바뀐다면 그것은 올바른 문화라고 할 수 없다. 그는 “많은 학교에서 민주적인 문화가 형성돼야 하고 그 문화를 바꾸는 일은 깨어있는 교사와 관리자의 연대를 통한 조직된 힘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학교의 개혁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 갖추고 있는 세 가지 시스템 도입을 제안한다. 세 가지는 바로 선출에 의한 승진시스템과 보직으로의 전환, 교사 행정 업무를 대신할 인력의 확보, 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치기본권의 획득이다. 대학교수에게만 부여돼 있는 세가지 특혜와 시스템이 학교에 도입되면 교육의 혁신도 학교의 혁신도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저자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말한다.

책의 저자는 1994년부터 22년간 초등교사로 근무했다. 2016년 교감으로 승진 후에는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소규모 학교 지원 체제 구축, 학교 업무적정화에 대한 정책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교사의 교육 활동 전념 여건 조성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 개선에 노력해 왔다. 현재는 생태운동장으로 알려진 밀주초의 교감으로 재직하며, 학교 운동장의 패러다임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박순걸 지음ㅣ교육과실천ㅣ316쪽ㅣ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