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노동조합에 속한 전현직 직원들이 “재직 중인 직원에게만 주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노조가 패소한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특정 조건을 붙인 상여금도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지난달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재확인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노조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지난 9일 기업은행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 2심 판결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기본봉급의 600%를 일정 주기로 분할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이 사건 상여금은 재직조건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서울고법에서 다시 사건을 심리해야 하지만, 노조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소송은 10여년 전인 2014년 제기됐다. 기업은행 전현직 직원 1만2000여명은 회사가 2011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지급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근로수당, 연차수당, 퇴직금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당시 기업은행은 재직 중인 직원들에 한해 매년 1월·2월·5월·7월·9월·11월 첫 영업일에 기본급의 100%씩 총 600%를 정기상여금으로 줬다.
회사 측은 정기상여금은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했다. 이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특정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는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지, 또 조건이 붙지 않고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고정적인 지급 여부는 일을 하면 무조건 받을 수 있는 돈인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조건이 붙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판결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재직 중에만 지급한다’는 등 조건을 붙여 정기상여금을 지급했고 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지난 2016년 1심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으나 그 다음해 2심은 노조 패소 판결을 했다. 2심 재판부는 “근로자가 어떤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거나 휴직할 경우 상여금을 받을 수 없다면, 고정적인 임금으로 볼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에 따라 판결한 것이다.
그런데 소송이 길어지는 사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례를 변경했다. 지난달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떤 임금을 지급받기 위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는 사정 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판시하면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2심은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전제해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