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는 30대 남성이 어머니를 둔기로 살해했지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은 심신 장애로 사물 변별과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범행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이문세)는 존속살해 혐의로 A(31)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5시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 B(63)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평소 집에서 잠을 제대로 못자고 “죽는 게 행복하다” “하늘 나라로 가자”고 말했다. 범행 3일 전에는 회사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분노하며 동료를 폭행했다. A씨는 범행 당일 새벽 이상 증세로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이송됐으나 입원하지 않고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약을 먹은 뒤 잠을 자고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는 등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아버지가 출근한 뒤 돌변해 어머니를 살해했다.
A씨는 수사 기관에서 범행을 시인했으나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A씨는 20년 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몸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 난치병인 ‘베체트병’을 앓았고 2012년에는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았다. 법무부 치료감호소 소속 의사는 A씨를 조현병으로 진단하며 피해망상, 관계망상, 환청, 타인에 대한 공격성, 적대감, 분노가 있어 장기간 입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심신장애로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구별할 수 없고 의지를 정해 자신의 행위를 통제하는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형법상 벌하지 않는 때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은 심신 장애 상태에서 다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커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