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에 이어 삼성전자(005930)도 구성원 성과 보상에 주식을 활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성과조건부주식(RS) 지급을 포함해 자사주 활용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직원에 RS를 지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과거 주식을 주는 보상 프로그램은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이 많이 활용됐다. 하지만 스톡옵션은 지급하고 받는 게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데다, 금융 당국이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업(가치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상장사 자사주 매입을 독려함에 따라 자사주 활용 방안을 고민하게 된 기업이 많아졌다.

일러스트=손민균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 이달 지급할 초과이익성과급(OPI)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1년 의무 보유 조항을 단 RSA(Restricted Stock Award) 지급이 거론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며칠 전 SK하이닉스가 RS 지급 방침을 밝혔고,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임직원들에게 주식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4일, ‘주주 참여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안내하면서 임직원에게 초과이익분배금(PS)을 줄 때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부여한다고 했다. 한화그룹도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 성과급으로 주식을 지급하고 있다.

RS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현대차(005380)와 네이버다. 현대차 노사가 매년 마주 앉는 임금협상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주식을 얼마나 지급할지를 논의한다. 직원들에게 주식을 지급하기 위해 매년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지난해에는 성과 좋은 임원을 보상하기 위한 RS 제도도 도입했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부터 구성원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임원을 제외한 전 직원에 무상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RS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주식 보상 프로그램은 스톡옵션이 대표적이었다.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살 권리’를 부여하는 스톡옵션은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평범한 샐러리맨을 일약 주식부자로 만들어주는 ‘깜짝 보상’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기업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예전만큼 흔하지 않아 스톡옵션으로 ‘대박’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관련 규제가 까다로워 스톡옵션에 대한 선호가 줄었다. 스톡옵션은 대주주에게는 지급할 수 없고, 발행 주식 수의 10% 내에서만 부여할 수 있다.

반면 RS는 별다른 제한 없이 회사가 부여할 수 있고 대주주에게도 지급할 수 있다. 지급 시점이나 양도 시점을 일부 제한할 수 있지만, 스톡옵션과 달리 곧바로 주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상을 받는 임직원 입장에서도 간편하다.

다만 RS를 지급하면 직원에게 세금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RS를 지급할 때 주식 매입 지원을 명목으로 현금을 함께 준다.

국내 기업들이 RS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은 계속 나왔었다. 미국에선 일찌감치 스톡옵션의 대안으로 RS를 주목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가 RS를 활용해 직원 보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들이 주가 부양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비교적 쉬운 방안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구성원들에게 직접 주식을 주는 RS가 더 주목받았다.

다만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고 매입한 자사주를 성과 보상으로 사용하면 주가 부양엔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기업은 RS를 지급해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지만, 이 물량이 결국 시장에 유통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야 주식으로 보상을 지급하면 현금을 아낄 수 있고, 자사주를 장내에서 직접 파는 것이 아니라 욕도 안 먹을 것이기 때문에 좋을 것”이라면서도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 향후 얼마나 소각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