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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국민의힘에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 금지’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은행 등 계열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하나로 묶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슈퍼앱’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영업 목적’의 고객정보 활용이 제한돼 사업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14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9일 ‘국민의힘-은행장 현장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 공유 규제 개선을 건의했다. 간담회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장 및 전북은행장, 토스뱅크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은행연합회는 “업종 간 시너지 제고가 어렵고, 소비자 편익 제고 효과가 반감된다”며 영업 목적 고객정보 공유 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금융지주는 2014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계열사와 영업 목적의 고객정보 공유가 불가능하다. 2013년 카드사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 후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는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융지주는 고객 맞춤형 ‘초(超)개인화’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지주가 지향하는 슈퍼앱은 은행·보험·증권·카드 등의 계열사로부터 확보한 고객정보를 활용해 개개인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병원, 약국에서 자주 카드 결제를 하는 고객엔 실손보험을, 수시입출금 통장에 목돈을 방치해둔 고객에겐 금융투자상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현재 5대 금융지주 모두 슈퍼앱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KB금융지주 앱의 지난해 말 기준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3103만명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은행연합회는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 미국·일본 등이 도입한 ‘사후거부제도(Opt-out)’를 채택해달라고 건의했다. 사후거부제도는 영업 목적 고객정보 공유를 기본적으로 허용하고, 고객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 공유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사후거부제도 도입이 어렵다면, 허용 중인 내부 경영관리 목적에 해당하는 사업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해달라고 했다. 그동안은 은행이 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위해 계열사인 카드사의 고객정보를 활용하거나 계열사 간 고객정보를 공유·결합해 고객 세분화 알고리즘 모델을 만드는 것이 경영관리 목적으로 볼 수 있는지 불분명해, 사업 실행이 어려웠다.

금융 당국은 영업 목적 고객정보 공유까지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인 데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 등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카카오페이는 고객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애플과 알리페이에 제공해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고 위험성이 높아 규제를 모두 완화하긴 쉽지 않다”며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은 어렵고, 유권해석을 통해 은행권에서 요구한 내부 경영관리 목적의 범위를 명확하게 할 계획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