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순수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라는 금융 당국 지침에 따라 혼합금리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고정금리 상품 취급 비중을 늘리고 있다. 동시에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가 높아지면서 연내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오히려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상품의 이자가 더 저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 기준 고정금리 비중은 65.7%로, 2022년 12월 50.8%로 절반을 넘긴 이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변동금리 비중은 49.2%에서 34.3%까지 줄었다.
고정금리는 만기 내내 처음 정한 금리가 적용된다. 변동금리는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고, 혼합금리는 5년간 고정금리 적용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상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하락기에는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가 고정금리보다 저렴해 인기가 많고,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금리가 고정되는 고정금리의 선호도가 높다.
그동안 금리 변동성을 줄이려고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5년간 고정금리 적용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금리가 중요한 선택지로 작용해 왔다. 고정과 변동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최선의 선택인 셈이었다.
이런 이유로 혼합금리 상품이 많았는데, 당국이 지난해 순수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라고 지도를 하면서 은행들은 순수 고정금리 취급 비중을 늘리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우리은행은 지난 2월부터 혼합금리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각각 지난해 5월과 9월부터 혼합금리 판매를 중단했다.
반면 고정금리 상품은 늘어나는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10년 고정금리 상품을 출시했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12월부터 10년 고정형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다. 최근 iM뱅크는 주담대 5년 고정금리 상품을 출시했는데, 만기 시점에 다시 5년 고정금리로 실행되기 때문에 혼합금리와는 다른 상품이다.
당국이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라고 한 이유는 변동금리로 인한 금융 소비자들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금융 당국은 변동금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대출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순수 고정금리 판매 비중을 높이도록 하는 행정지도를 강화해 왔다.
실제로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도 내려가면서 케이뱅크는 지난달 일시적으로 고정형 금리보다 변동형 금리가 더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통상 금리상승 리스크와 비용 등을 고려해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가 더 높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는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변동형 금리를 더 올렸다.
당분간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가 더 저렴할 수 있다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이 당국 지침에 따라 변동금리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고정금리를 더 저렴하게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올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작되는 점도 변수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금융 소비자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을 고려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 부과하는 제도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주담대를 이용해야 하는 소비자라면 5년 주기형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한 이후 시장금리가 더 낮아지게 되면 대출 갈아타기를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중도상환수수료율이 올해부터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갈아타기도 수월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