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저축은행 신용등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경기침체로 인한 적자기조가 2년째 이어지며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은 신용등급이 일정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없게 된다.

11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한국기업평가는 바로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조정 사유로 브릿지론(토지매입 단계 PF)을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지속되고 있고 충당금 적립부담 증가로 수익성이 저하된 것을 들었다. 또한 자본감소로 레버리지 관리 부담이 증가한 점도 반영됐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자산 건전성 부담과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 비율을 근거로 JT친애저축은행의 신용등급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낮췄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에 이어 신용등급이 대거 하향 조정되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30개 저축은행 중 지난해 17곳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거나 등급 전망을 낮췄다.

아직 등급조정은 되지 않았으나 여러 저축은행이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였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6월과 9월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내려간 예가람 저축은행이나 고려저축은행이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 PF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매각에 나서는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있으나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등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등급조정은 저축은행의 수신조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퇴직연금은 정기예금과 함께 저축은행의 대표적인 수신처다. 저축은행들은 은행을 통해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BB(투기등급)까지 떨어지면 자동으로 은행 퇴직연금 상품 목록에서 퇴출당한다. 퇴직연금 신규 유치는 물론, 기존 조달한 퇴직연금 자금도 만기 후 재예치가 불가능하게 된다.

서울시내 저축은행. /연합뉴스

저축은행의 수신처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정기예금으로, 퇴직연금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특성상 계약 건수가 적어도 규모가 큰 자금이 들어오게 되며, 회사가 연금 운용에 책임지는 DB형 퇴직연금의 경우 예금자보호보험료 부담이 없어 저축은행들의 환영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2018년 저축은행들에 퇴직연금 판매가 허용된 뒤, 저축은행의 전체 수신액 30%를 퇴직연금이 차지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경쟁이 거세지고 금리인하 기조로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도 낮아지며 저축은행권의 퇴직연금 상품 매력이 하락하는 추세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퇴직연금 경쟁이 치열해 저축은행의 신규 취급이 잘되지 않는 상황인 데다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부정적으로 비지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퇴직연금 취급을 포기하기도 하고, 정기예금 등 금융상품의 금리를 시중은행이나 상호금융권보다 조금 더 높게 설정해 수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