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생명보험사의 지난해 사이버마케팅(CM)과 텔레마케팅(TM) 채널의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법인보험대리점(GA) 등 대면 영업 채널의 판매 비중은 더 늘어났다. 수년 전부터 외쳤던 디지털 전환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신계약 건수는 888만6796건으로, 전년(711만1900건)보다 24.9% 증가했다. 수익성 지표인 월평균 초회보험료(보업 가입 후 첫 달에 낸 보험료)는 같은 기간 1조2188억원에서 1조5418억원으로 26.5% 늘어났다.

전체 신계약 중 CM 채널이 차지하는 신계약 비중은 지난해 2.28%로 전년(2.5%)보다 하락했다. 전체 초회보험료 중 CM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1.14%에서 1.23%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CM을 통해 판매된 절대적인 계약 수가 줄었지만, 계약 1건당 보험료가 높게 책정되면서 수익성은 방어한 것이다.

CM 채널은 고객이 보험사 홈페이지 등에 접속해 직접 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뜻한다. 보험사는 사업비 부담을 덜 수 있고, 고객은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험 설계사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보험사가 수익성이 높은 장기 인보험을 집중 판매하면서 CM 채널은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있다. 장기 인보험은 한번 가입하면 보험료를 10년 넘게 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수십개 특약을 고객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선택해야 해 전문가 도움 없이 가입하기가 어렵다. 보험업계의 디지털 전환 바람이 불었을 때부터 이러한 한계가 지적됐으나, 아직 뛰어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화 통화 등을 통해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한 뒤 판매하거나 홈쇼핑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TM 채널은 더 심각하다. 전체 신계약 중 TM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 18.9%에서 지난해 14.2%로 하락했고, 초회보험료 비중도 같은 기간 4.39%에서 3.54%로 줄었다.

일러스트=이은현

CM·TM 등 비대면 채널의 신계약 점유율이 20% 아래로 하락한 반면, 보험 설계사가 고객을 만나 상품을 판매하는 대면영업 채널은 강화됐다. 특히 GA 채널의 판매 비중이 큰 폭으로 늘며 GA에 대한 영업 의존도가 상승했다.

특정 보험사에 위촉돼 해당 보험사 상품만 판매할 수 있는 ‘보험 설계사’ 채널의 신계약 비율은 2023년 27.3%에서 이듬해 25.7%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초회보험료 비중도 27.5%에서 27%로 소폭 줄었다. 반면 GA 신계약 비중은 지난해 44.3%로 전년(38.7%)보다 늘어났다. 특히 GA의 초회보험료 비중은 2023년 50.8%에서 지난해 54.3%로 뛰며 2년 연속 50%를 넘겼다. GA가 건당 보험료가 높은 장기 인보험을 더 많이 팔고 있다는 뜻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설계사가 직접 고객과 만나 영업을 해도 계약이 성사되기가 어려운데, 고객이 직접 보험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건강보험을 가입하기는 생각하기 어렵다”라며 “당분간 대면 중심의 영업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