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 시대가 열리면서 ‘머니무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예금 회전율이 빨라졌는데, 기준금리 인하로 더 높은 수익률을 찾기 위해 은행에서의 자금 이탈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8.8회로 2019년 4분기 19.2회를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금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투자나 소비를 위한 자금 인출이 활발했다는 것을 뜻한다.
요구불예금은 저축성예금과 달리 언제든 뺄 수 있는 단기성 자금을 의미한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올라간 것은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있는데,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내리고 있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자금이 이동한 것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표 수신(예금) 상품인 ‘KB스타 정기예금’의 최고금리(1년 만기 기준·우대금리 포함)를 기존 연 3.00%에서 2.95%로 낮췄다. 신한은행도 지난 20일 대표 수신 상품 ‘쏠편한 정기예금’의 최고금리(1년 만기 기준·우대금리 포함)를 연 3.00%에서 2.95%로 인하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에서 3%대 금리가 사라지고 2%대 금리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따라 은행채 금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예금금리도 함께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들어 주요 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 잔액은 모두 빠지는 추세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은 지난해 11월 948조원에서 올해 1월 922조원으로 26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 19일 기준 590조원으로 지난해 말 631조원 보다 41조원 쪼그라들었다.
이탈한 대기자금은 금이나 비트코인 등 은행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 투자 상품인 ‘ACE KRX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7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4거래일 만에 1028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8035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1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예치금은 10조6561억원으로 1년 전(5조2154억원) 대비 104.32% 늘었다.
은행들은 자금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요구불예금은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은행의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금리가 낮은 저원가성 예금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모임통장, 가상자산거래소 계좌 제휴 등 서비스에 대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정기예금이 지난해 12월부터 감소 전환하는 등 요구불예금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자금 조달에 대한 고민을 은행들이 대부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준금리가 2%대로 더 내려가게 돼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저원가성 예금 필요성이 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