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 로스앤젤레스(LA)에서 60년 만에 최악의 산불이 발생하면서, 캘리포니아에 지점을 둔 DB손해보험은 6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진출해 주택보험 등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는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다. 현대해상은 보유 계약이 4건인 데다, 계약한 곳이 산불 발생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현대해상에 접수된 보험금 청구는 한 건도 없다.
반면 DB손해보험은 수백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DB손해보험이 보유한 계약은 이튼 산불 인근 지역 34건, 팰리세이즈 산불 인근 지역 3건이다. 아직 산불이 잡히지 않아 정확한 피해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한화투자증권은 DB손해보험의 손실 규모를 1000억원으로, 신한투자증권은 600억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앞서 DB손해보험은 2023년 하와이 마우이 산불 등으로 18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은 LA 산불 지역에 보유한 계약 수가 하와이보다 적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손실은 500억~600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하와이 산불 때와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어 (LA산불) 피해가 더 적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LA 산불 발생 지역은 허스트·오토·팰리세이즈·이튼 등 4개다. 이 중 팰리세이즈·이튼 산불이 주거지까지 번지면서 피해가 확대됐다. 14일(현지 시각) 기준 팰리세이즈 화재로 8명, 이튼 화재로 17명 등 25명이 사망했다. 불길에 휩싸인 건물도 1만2000채가 넘는다.
특히 팰리세이즈는 할리우드 스타 등 부유층이 사는 지역으로, LA 중에서도 고급 주택이 해안을 따라 밀집해 있다. 팰리세이즈와 가까운 말리부는 미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다. 미국 부동산 웹사이트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팰리세이즈의 평균 주택 가격은 340만달러(약 50억원), 말리부는 450만달러(약 65억원)다. 반면 이튼 산불의 가장 큰 피해 지역인 알타에다·패서디나 등은 서민층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보험사들이 이번 산불을 계기로 캘리포니아 지역의 주택보험료를 올리거나, 아예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주택보험료는 미국 전체 평균보다 저렴하다. 당국의 규제 때문에 미국에서 유일하게 재보험 비용을 보험료에 포함하지 않는 주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과거보다 허리케인·홍수·산불 등 자연재해가 더 큰 규모로 자주 발생하자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보험사들이 주택보험료를 2020년 평균 1902달러에서 2023년 2530달러로 33% 인상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미국 최대 주택보험사 스테이트팜(State Farm)은 주택보험에서만 2022년 약 67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100년이 넘는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에선 이런 추세로 보험료가 인상되면 서민층은 물론 중산층마저 보험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2위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티안 무멘탈러는 지난해 4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비용이 보험 고객에게 청구되고 있다”라며 “이 같은 현상은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