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은행들이 해외 채권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은 국내 정치 불안과 고환율 등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높은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고 있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1800억원 규모의 원화 지급보증부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에 성공한 데 이어, 이달 중순 5억유로 규모의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추진한다.
커버드본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유한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하나은행이 발행하는 커버드본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이다. ESG 채권은 환경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발행하는 채권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하나은행이 발행 물량을 충분히 채워 증액 발행도 가능한 주문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입은행도 지난 8일 3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에 성공했다. 수은은 당초 20억달러 발행을 목표로 수요 예측에 나섰지만,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30억달러로 발행 금액을 증액했다. 이번 글로벌본드 발행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공모 외화채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국민·신한·기업은행도 지난해 12·3 계엄 사태 이후 외화 채권 발행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달 17일 각각 5000만달러와 4500만달러의 달러채 발행에 성공했다. 같은 달 18일엔 기업은행이 5000만달러의 달러채를 발행했다.
금융권에선 탄핵정국 등 정치 혼란으로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자금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실제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 목소리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내 정치 불안이 은행권 대외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특히 수은이 올해 첫 외화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후발 주자의 부담도 한층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를 만나면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긴 하지만, 은행 신뢰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해외 시장에서 자금 조달은 차질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