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생활 피하며 바이러스 감염 위험 줄어 안심"
"메신저 소통, 화상회의는 한계…업무 효율 떨어져" 의견도
경기도 성남 자택에서 여의도 LG 빌딩까지 통근하던 A 대리는 요즘 하루 3~4시간 여가 시간이 생겼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회사가 재택근무 체계에 돌입하면서 출퇴근하며 길에 버리던 시간을 다른 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A 대리는 "이번주에는 아침에 운동하고 느긋하게 뉴스를 본 후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시작한다"며 "평소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나면 8~9시가 돼 피곤했는데 최근에는 일상이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반면 SK 계열사에서 일하는 B 과장은 "어린이집도 문을 닫으면서 세 살 된 아이도 함께 집에 있는데 업무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업무 효율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지난달 25일부터 기업들도 직장 폐쇄, 재택근무 등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바이러스 감염에 특히 취약한 임산부 직원을 재택근무하도록 했고, LG·SK·한화 등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재택근무가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재택근무의 효과와 한계를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집단 생활을 피하게 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위험이 줄었고 출퇴근과 불필요한 대면보고, 회의를 하지 않아 시간 활용도가 높아진 것은 재택근무의 장점이다.
한화그룹이 전격 재택근무를 결정하며 집에서 업무를 보게 된 C 과장은 "불필요한 회의가 사라졌고, 업무가 끝나면 눈치를 보면서 직장 상사와 저녁을 먹고 가는 일이 없어져 좋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협업이 필요할 때에는 메신저나 전화로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고 업무 시스템도 모두 갖추고 있어 집에서 일 처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산부와 진학 전 아동이 있는 맞벌이 부부 등 한정적인 재택근무를 결정한 삼성그룹에서도 재택근무는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는 과장급 직원은 "임산부 동료가 자리에 없어 휴가를 썼겠지 했는데 메신저에 접속해 있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정도로 업무에 있어 큰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퇴근이 없다보니 업무 시간과 일상의 구분이 어렵고 집에서 독립된 업무 공간을 보장 받지 못하는 직원들은 불편이 크다. 패션기업에 다니는 D 과장 역시 사무실에서는 한 시간 만에 처리했을 일을 하루종일 붙잡고 있다며 재택근무를 하니 오히려 야근을 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부서와 협업해야 하는 업무와 관련해서도 회의를 잠깐 하면 금방 결론 낼 일을 메신저로 주고받다 보니 길어지고 화상회의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도 개학이 미뤄지면서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경우 특히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화학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업무 관련 통화할 때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 서둘러 전화를 끊은 경우도 있고, 노트북 작업을 할 때 아기가 같이 들여다봐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외부 사람과 만남이 잦은 영업직군에서도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어려움이 크다. 한 제약회사 영업 직원은 "재택근무가 늘어나니 업무 차 잡은 약속도 대부분 취소됐다"며 "재택근무라고 하지만 사실상 업무를 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