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생활 피하며 바이러스 감염 위험 줄어 안심"
"메신저 소통, 화상회의는 한계…업무 효율 떨어져" 의견도

경기도 성남 자택에서 여의도 LG 빌딩까지 통근하던 A 대리는 요즘 하루 3~4시간 여가 시간이 생겼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회사가 재택근무 체계에 돌입하면서 출퇴근하며 길에 버리던 시간을 다른 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A 대리는 "이번주에는 아침에 운동하고 느긋하게 뉴스를 본 후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시작한다"며 "평소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나면 8~9시가 돼 피곤했는데 최근에는 일상이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반면 SK 계열사에서 일하는 B 과장은 "어린이집도 문을 닫으면서 세 살 된 아이도 함께 집에 있는데 업무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업무 효율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지난달 25일부터 기업들도 직장 폐쇄, 재택근무 등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바이러스 감염에 특히 취약한 임산부 직원을 재택근무하도록 했고, LG·SK·한화 등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건물 내 비상근무에 투입되기 전 상황실에서 방호복과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재택근무의 효과와 한계를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집단 생활을 피하게 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위험이 줄었고 출퇴근과 불필요한 대면보고, 회의를 하지 않아 시간 활용도가 높아진 것은 재택근무의 장점이다.

한화그룹이 전격 재택근무를 결정하며 집에서 업무를 보게 된 C 과장은 "불필요한 회의가 사라졌고, 업무가 끝나면 눈치를 보면서 직장 상사와 저녁을 먹고 가는 일이 없어져 좋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협업이 필요할 때에는 메신저나 전화로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고 업무 시스템도 모두 갖추고 있어 집에서 일 처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산부와 진학 전 아동이 있는 맞벌이 부부 등 한정적인 재택근무를 결정한 삼성그룹에서도 재택근무는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는 과장급 직원은 "임산부 동료가 자리에 없어 휴가를 썼겠지 했는데 메신저에 접속해 있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정도로 업무에 있어 큰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퇴근이 없다보니 업무 시간과 일상의 구분이 어렵고 집에서 독립된 업무 공간을 보장 받지 못하는 직원들은 불편이 크다. 패션기업에 다니는 D 과장 역시 사무실에서는 한 시간 만에 처리했을 일을 하루종일 붙잡고 있다며 재택근무를 하니 오히려 야근을 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부서와 협업해야 하는 업무와 관련해서도 회의를 잠깐 하면 금방 결론 낼 일을 메신저로 주고받다 보니 길어지고 화상회의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도 개학이 미뤄지면서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경우 특히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화학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업무 관련 통화할 때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 서둘러 전화를 끊은 경우도 있고, 노트북 작업을 할 때 아기가 같이 들여다봐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외부 사람과 만남이 잦은 영업직군에서도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어려움이 크다. 한 제약회사 영업 직원은 "재택근무가 늘어나니 업무 차 잡은 약속도 대부분 취소됐다"며 "재택근무라고 하지만 사실상 업무를 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