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40)씨는 최근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집에서 아내가 싸주는 도시락이 아니라, 사내식당에서 제공하는 백반 도시락과 샌드위치·햄버거 세트 등을 먹는다. 동료들이 많은 식당이 아니라 사무실 자신의 자리나 동료가 없는 휴게실 또는 회의실에서 식사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직장 내 도시락 열풍이 불고 있다. 점심을 먹을 때도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다. 회사도 도시락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회사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 건물을 폐쇄하는 등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장의 경우 생산 라인 전체를 세워야 한다.

이에 기업 내 식당을 운영하는 단체급식업체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도시락을 제공해달라는 고객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샐러드 또는 샌드위치 도시락을 주로 제공했는데, 지금은 백반 도시락을 요구하는 기업이 많이 늘었다. 사람이 많은 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과 접촉을 피하려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도시락이 인기를 끌고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백반 도시락 물량을 늘려달라는 고객사가 증가하고 있다"며 "식당을 이용할 때 마주 보지 않고 한 방향으로, 한 자리씩 띄어 앉게 하고 있지만 이 것만으로는 고객사의 불안감을 떨쳐 내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배달을 하는 곳도 있다. 지하 1층에 있는 사내식당에서 각 층에 도시락 또는 샌드위치 세트를 보내면 도시락을 주문한 직원들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인근 편의점 또는 도시락 전문점에서 도시락을 배달시키거나 사와서 먹는 직원도 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장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시락을 배달시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며 "같은 팀에서 일하는 동료와는 밥을 먹지만 협력업체 등 외부인과는 밥을 같이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도시락 배달 주문량은 전달 대비 20.7% 증가했다.

도시락 전문점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본도시락은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매출이 전주 대비 33%가 증가했다. 본도시락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초기인 1월에는 매출이 다소 주춤했는데 2월부터 도시락 배달 주문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솥도시락도 2월부터 손님이 늘었다. 종로구 한 매장 점주는 "2월 들어 도시락 판매가 2배 증가했다"고 했다. 강남 한 매장 관계자도 "코로나 사태 전과 비교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사러 오는 직장인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도시락 전문점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도 인기다.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GS25의 도시락 매출은 전달 대비 13.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