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전자 분석 기업 ‘23앤드미’가 사실상 파산하면서 회사가 보유한 1500만명의 유전자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침을 보내면 암·당뇨·파킨슨병 등 발병 위험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2007년에 출시한 23앤드미는 2021년 시가총액이 60억달러(약 8조8000억원)에 달했을 정도로 성장했는데,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거의 파산에 이르게 됐다.
23앤드미는 지난 23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파산 신청은 이날 오후 늦게 이뤄졌으며, 이튿날인 24일 나스닥에서 23앤드미 주가는 50% 이상 폭락한 0.7달러로 마감했다.
23앤드미가 파산을 앞두자 회사가 보유한 방대한 규모의 글로벌 유전 정보 데이터베이스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23앤드미의 주요 자산으로 평가되는데, 유전자 정보가 거래될 경우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23년 23앤드미는 해킹 공격으로 약 700만명의 고객 개인 정보가 유출돼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됐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과 주소, 인종 정보 등도 담겨 있었다.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23앤드미에 모든 유전자 샘플을 파기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23앤드미 사태를 보도하면서 “파산 이후 유전자 정보 데이터 매각 등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우려가 나온다”며 “질병에 관한 정보를 비롯해 다양한 개인 정보가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도 유전자 정보 보안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대 후반 스타트업 수십 개가 유전자 정보 검사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으나, 현재는 대부분 폐업하고 5곳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