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와 네오위즈게임즈,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이하 위메이드), 스마일게이트 등이 판교 테크노 밸리에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게임업계 인맥이 부상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판교 밸리 내 한게임과 네오위즈 출신 인맥이 굉장히 탄탄한데, 특히 네오위즈 출신 비중이 높다”며 “이들은 전체 입주기업의 86%가 중소 벤처기업인 판교 밸리에서 게임 벤처 2세대로 자리매김하며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 판교 밸리 내 탄탄한 네오위즈 인맥…‘제2의 게임개발 사관학교’
엑스엘게임즈, 넷게임즈, 네오위즈블레스스튜디오 등 국내에서 대작들을 선보인 게임 개발사에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개발자 출신의 대표들이 많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게임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들 기업에 이어 네오위즈가 ‘제2의 게임 사관학교’로 떠올랐다. 특히 네오위즈 인맥은 판교 밸리에서 두텁게 형성돼 있다. 판교 밸리 내 네오위즈 출신으로는 최관호 엑스엘게임즈 최고전략책임자(CSO), 조계현 엔진 대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김강석 블루홀 대표, 김재영 액션스퀘어 대표 등이 있다. 이들은 네오위즈 전성기를 이끌었던 멤버들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네오위즈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당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있었다”면서 “이들은 구조조정 대상은 아니었지만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되거나 스스로 창업을 하기 위해 회사를 떠난 케이스”라고 말했다.
최관호 엑스엘게임즈 CSO는 1971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7년 네오위즈게임즈 대표와 2009년 일본 게임온 대표를 거쳐 2013년 네오위즈인터넷 대표를 지냈다.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조계현 엔진 대표는 1970년생으로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 학사와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네오위즈게임즈에서 퍼블리싱 분야를 진두지휘하며 야구게임 ‘슬러거’를 발굴했다. 조 대표는 2006년 네오위즈게임즈 부사장과 2011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했다. 2012년에는 위메이드크리에이티브 대표, 2013년에는 위메이드 대표를 지냈다.
엔진은 조계현 대표와 남궁훈 대표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조계현 대표는 국내외 PC온라인, VR(가상현실), 스마트TV 등 신사업을 담당한다. 두 사람은 각별한 관계다. 조대표는 2013년 남궁 대표의 후임으로 위메이드 대표를 역임했고, 남궁 대표가 설립한 게임인재단의 2대 이사장을 맡았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1974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넥슨에 입사했다. 이후 2000년 네오위즈에 합류해 2008년부터 전략기획본부 본부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2011년에는 네오위즈모바일 대표로 일했고 2014년 3월 위메이드 대표로 취임했다.
다중접속(MMO) 역할수행게임(RPG) ‘테라’로 유명한 블루홀의 장병규 이사회 의장과 김강석 대표도 네오위즈 출신이다. 1973년생인 장 의장은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전산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네오위즈 창립 멤버다. 장 의장은 2005년 검색 서비스업체 ‘첫눈’을 창업했고, 이 회사를 2006년 NHN에 35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그는 2007년 첫눈 매각 자금으로 벤처투자회사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를 설립하고 10년간 90여개 스타트업에 32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김강석 대표는 2007년 장 의장과 공동으로 블루홀을 설립했다. 2002년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입사한 김 대표는 채팅 프로그램 ‘세이클럽’ 기획 업무를 맡았고, 게임 퍼블리싱 사업도 총괄했다. 1970년생인 그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통신사 데이콤을 거쳐 네오위즈에 입사해 게임업계에 뛰어든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김재영 액션스퀘어 대표는 일본 코에이(KOEI)와 소프트닉스, 네오위즈게임즈 등을 거친 스타 개발자다. 1973년생인 김재영 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부(92학번)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기계설계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코에이(2001~2003)에서 PS2 및 XBOX용 콘솔 게임을 개발했고, 소프트닉스(2003~2005)에서 PC온라인 액션 게임 ‘라키온(Rakion)’ 개발을 주도했다. 네오위즈게임즈(2005~2012년)에서는 PC온라인 액션 RPG ‘워로드(Warlord)’ 개발을 총괄했다.
콘솔과 PC 온라인 분야에서 10년의 경력을 쌓은 그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바일게임 세상이 올 것으로 판단하고, 2012년 모바일 전문 게임 개발사 액션스퀘어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창업 이후 2년 만에 모바일 액션 RPG ‘블레이드’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았다. 모바일 게임 사상 처음이었다. 액션스퀘어는 이듬해인 2015년 KB투자증권의 KB제4호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등록됐다.
◆ ‘NHN엔터' 이준호 의장·’스마일게이트' 권혁빈 회장 ‘새 인맥’
검색엔진 개발 1세대인 이준호 NHN엔터 이사회 의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또다른 판교 인맥 고리를 만들고 있다. 1964년생인 이 의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NHN 최고운영자(COO)로 일했다. 그는 2013년 NHN이 네이버와 한게임 등으로 분할될 때 한게임을 맡아 사명을 NHN엔터로 변경했다. 이후 국내 1위 모바일 결제업체 한국사이버결제, 벅스를 보유한 네오위즈인터넷, 취업포털업체 인크루트, 관람권 예매사이트 티켓링크, 보안업체 피시앤시큐어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 의장과 송윤호 한국사이버결제 대표,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 박천오 피앤피시큐어 대표는 이때부터 NHN엔터의 한 식구로서 인연을 맺게 됐다.
NHN엔터는 2015년 11월 특허관리전문 자회사 K-이노베이션을 설립했다. K-이노베이션은 NHN엔터에서 법무 부문장이었던 변호사 출신 김현성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NHN엔터는 NHN의 투자전문회사였던 NHN인베스트먼트를 인수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출신인 이종승 씨가 이 회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총싸움(FPS) 게임인 ‘크로스파이어’로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도 새 계열사를 만들 때마다 외부 수혈을 통해 인맥을 만들고 있다. 1974년생인 권 회장은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63년생인 양동기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민트패스 부사장, 아이리버 재무담당 부사장,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1년 11월 스마일게이트에 합류해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일했으며 2014년부터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고 있다.
1969년생인 이동훈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대표는 서울대에서 국제경제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 대표는 1994년부터 20년간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에서 글로벌 사업부문에서 일했다. 2014년 스마일게이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긴 뒤 2015년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대표로 취임했다. 권 회장은 2015년에 투자전문 계열사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회장으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영입했다.
권 회장은 자체 인큐베이팅 시스템 ‘오렌지팜’을 통해 스타트업 육성에도 나섰다. 서초·신촌·부산 3곳에 마련된 오렌지팜은 스타트업들에 사무 공간과 함께 권 회장 등 업계 전문가들의 멘토링과 법률 조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용카드 추천 서비스를 만든 핀테크 스타트업 ‘레이니스트’, 인터넷 쇼핑몰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스 솔루션’, 게임업체 ‘버프스튜디오’ 등이 오렌지팜에 입주해 스마일게이트의 지원을 받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인물 중심으로 보자면 이준호 의장이나 권혁빈 회장이 M&A나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새로운 인맥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