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비바커(Chris Viehbacher) 바이오젠 CEO. /바이오젠(Biogen)

일본 제약사 에자이와 함께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미국 바이오젠이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의 피하주사 제형 출시를 노리고 있다.

피하주사 제형은 기존에 약 1시간이 걸리는 정맥주사 투여 시간을 30초 수준으로 대폭 줄인다. 자가 투여도 가능해 의료진과 환자·보호자의 투약 편의성과 접근성이 커져 매출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크리스 비바커(Chris Viehbacher) 바이오젠 CEO는 14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 바이오 투자 행사 ‘제43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레켐비의 피하주사 주 1회 유지 투여용에 대한 허가신청(BLA)을 수락했다”며 허가 기대감을 드러냈다.

바이오젠에 따르면 FDA는 전날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허가 신청(BLA)을 수락하고 레켐비 피하주사 제형의 승인 여부 결정일을 오는 8월 31일로 정했다.

허가 시, 레켐비는 자동주사기(오토인젝터)를 사용해 가정에서 피하 투여할 수 있는 유일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될 수 있다. 현재 레켐비는 정맥 주사 방식이라 2주마다 약 한 시간에 걸쳐 투여한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원인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인 것을 제거하는 최초의 항체 치료제다. 2023년 1월 FDA 가속 승인에 이어 그해 7월 정식 승인돼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 잇따라 허가됐다. 국내에는 지난해 11월 출시됐다. 이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섬유질이 모여 덩어리가 되기 전에 공격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알츠하이머병 단계 환자에만 쓸 수 있다. 전체 치매 중 70%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바커 CEO는 레켐비와 표적이 같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겨냥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키썬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를 출시한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의 경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키썬라는 2024년 7월 FDA 승인을 받으며 레켐비의 경쟁 약으로 등장했다.

그는 JP모건 분석가와의 대화에서 “회사는 경쟁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물론 일라이 릴리의 큰 자금력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경쟁자를 과소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키썬라는 FDA 승인 이후 알츠하이머 신규 환자의 약 30%를 확보했다. 그는 “지금부터 10년간 레켐비와 키썬라가 알츠하이머병 치료 분야를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젠이 보유한 치매 치료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바이오젠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함께 알츠하이머병 유발 원인으로 꼽히는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현재까지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타우 표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없다.

비바커 CEO는 행사 현장에서 이뤄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바이오젠이 레켐비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다른 단백질인 ‘타우’를 표적으로 삼는 실험적 약물인 ‘BIIB080′을 포함해 현재 보유한 파이프라인이 갖는 강점을 바탕으로 확신을 얻었다”면서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8년까지 신제품 출시로 인한 수익이 현재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현재로선 추가적인 사업 개발을 위한 추가 인수를 급히 단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바이오젠이 지난해 10월 말 발표한 2024년도 3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 줄어 24억7000만달러(약 3조 6086억원)를 기록했다. 레켐비의 작년 3분기 매출은 6700만달러(약 979억원)다. 레켐비의 2023년 연 매출은 1000만달러(약 146억원)에 그쳤는데, 이후 꾸준히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