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도권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폐업이 있따르고 있다. 대출규제 강화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기존 월세나 전세 계약을 연장하는 거래만 간간이 이어지면서 업종 변경을 택하는 공인중개사들이 많은 상황이다.

지난 2024년 11월 27일 경기도 고양시 후곡마을 3단지 내 한 부동산 출입문에 선도지구 동의율 감사 문구가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공인중개업소가 부동산 거래 절벽으 영향으로 휴업 또는 폐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미아동에 자리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부동산에 주택 매매는 커녕 새 전월세 계약을 체결하려는 문의도 없다”며 “미아동 공인중개업소들도 지난해 생계유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래가 없어서 문을 닫은 곳들이 상당하다”고 했다.

미아동의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B씨도 “임차인들도 새 집을 알아보는 게 아니라 기존 계약을 연장하려는 수요뿐”이라며 “얼마 안되는 재계약 수수료만으로 월세를 내고 인건비를 건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경기 일산동구에 소재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C씨는 “3년 전까지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는 직원들을 고용할 정도로 바빴던 공인중개사들이 직원을 모두 정리하고서도 월세를 못 건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신도시에서 월세 부담이 큰 곳에 임차한 공인중개사들은 몇 달 버티지도 못하고 진작 공인중개업소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1월까지 전국에서 휴·폐업한 공인중개업소는 1만3000곳을 넘어섰다. 개업공인중개사 수도 21개월 연속 하락세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에서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업소는 769곳으로 전월(806곳) 대비 37곳 줄어들었다. 반면, 폐업·휴업 중개업소는 총 1119곳(폐업 999곳·휴업 120곳)으로, 새로 문을 연 공인중개소 보다 문을 닫은 공인중개소가 더 많았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6일 시행한 제35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는 총 15만4699명이 응시했다. 이는 지난 2023년(20만59명)과 비교하면 약 4만5000명 감소한 것이고, 2022년(26만4394명)에 비하면 11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응시자가 20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2016년(18만3867명) 이후 가장 적었다. 응시자가 감소하면서 합격자도 줄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2만6915명, 2만7916명의 합격자를 배출했지만, 지난해에는 1만5301명에 불과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부동산 매매 거래가 급감한 게 공인중개업소 휴업·폐업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감소는 부동산 거래량이 늘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정책이나 시장 상황, 수요 등 모든 측면에서 빠른 시일 안에 매수세가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 휴·폐업이 개업보다 많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확산한 것도 부동산 거래를 뜸하게 한 요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심형석 우대빵 부동산연구소장은 “지난해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연말 계엄 사태까지 터지면서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더해진 게 거래 절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가 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부동산 거래가 받쳐줘야 하는데 거래가 급감한 것이 폐업의 주요인”이라며 “주택임대차 거래가 예전에 비해 4분의 1로 줄었고, 상가 역시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임대차 거래가 10분의 1로 감소했다”고 했다.

올해도 거래 절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 소장은 “올해 상반기에도 딱히 부동산 거래 증가를 이끌 만한 이슈가 없기 때문에 문을 닫는 공인중개업소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면서도 “올해 하반기 이후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금리 하향 안정화, 대출 규제 완화가 시행되면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