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009년 3월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 관세 인상 임박에 따른 경계감과 공매도 재개에 따른 국내 증시 약세로 원·달러 상방 압력이 높아졌다.
3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 오후 종가(1466.5원)보다 6.4원 오른 1472.9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중 최고점으로,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종가기준) 이후 가장 높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4.1원 오른 1470.6원에 개장했다. 환율은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오전 9시 28분에는 1472.10원까지 올랐다. 그 후에도 147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장 마감 직전인 오후 3시 28분 1472원을 넘어서면서 급등했다.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시장의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각국의 관세·비관세 장벽에 대응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대미(對美)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도 그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지연에 따른 정국 불안과 주식시장 공매도 재개 등 국내 요인도 환율 상승 압력을 높였다. 당초 3월로 예상됐던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4월로 넘어가며 정국 불안은 심화되는 모습이다. 1년 반 만에 재개된 공매도는 증시 변동성을 키우면서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이탈하면서 환율 상승을 유발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57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6.86포인트(3.00%) 내린 2481.1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25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달 10일 이후 처음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국내증시는 외국인 순매도 규모 확대에 낙폭을 키울 것”이라면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로 원화 투심이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환율 추가 상승을 우려하는 수입업체의 공격적인 매수 대응도 환율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