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상무부가 SK하이닉스에 대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Validated End User)로 지정했지만, 향후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가 지속될 경우 SK하이닉스(000660)의 중국 사업은 경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정부 주최 통상현안세미나에서 나왔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연구센터장은 24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트타워에서 열린 ‘통상현안 세미나’에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으로 반입하는 게 막히면서 생산 공정 개선이 어려워지고, 이는 현지 공장 가동률 저하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이날 세미나에는 주요 업종별 협회·단체 및 민간 전문가가 참석했다.
고 센터장은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VEU로 지정하면서 생산 장비 공수 리스크는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에 대해선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계속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VEU는 사전에 승인한 기업에 대해선 통제 품목의 수출 및 반입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를 의미한다. VEU 리스트에 등재되면 미국 상무부가 기업과 협의해 지정한 품목은 별도의 허가 절차 및 유효기간 없이 수출을 승인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등재된 VEU는 영구적인 것으로 1년 단위로 갱신을 하던 종전 승인보다 레벨이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 센터장은 “VEU 지정으로 상당한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면서 “미국 내에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과제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 센터장은 미 상무부의 조치 중 눈여겨볼 부분으로 ‘인력 유출’을 꼽았다. 그는 “미 상무부는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철수 조치까지 취했다”면서 “현지에서 계속 근무하려는 미 국적자에 대해선 여권을 반납하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고, 결국 많은 엔지니어를 현지에서 철수시켰다”라고 말했다.
이어 “엔지니어 유출로 중국 반도체 기업은 계획했던 R&D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요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연기하고, 인원을 감축하는 등 기업 활동 차질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센터장은 미국의 대중 견제 강화 조치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직접적인 위기를 맞진 않겠지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일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수출 통제는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외국계 기업도 따라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면서 “중국은 이러한 견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부·장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판로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