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3시쯤,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한국원자력협회 안전검사요원이 랜덤으로 수산물 시료를 흰 봉투에 담고 있다. /이신혜 기자

지난 15일 해가 뜨지 않은 새벽 3시. 부산공동어시장으로 들어가니 대낮을 방불케 할 만큼 밝은 불빛이 생선과 작업자들을 비추고 있었다. 시장 한복판에선 수십 명의 어민이 정신없이 생선을 분류하고, 나르고 있었다. 이날은 평소보다 적은 ‘네 척’의 배가 생선을 싣고 왔다고 했다.

부산공동어시장은 지난해 기준 수산물 위판(위탁판매) 물량 중 8.5%를 담당하는 국내 최대 어패류 시장이다. 여기서 취급한 위판 물량만 10만5000톤(t)에 달한다.

한국원자력협회 안전검사요원은 조사 샘플로 활용할 생선을 무작위로 골라 어종당 3kg씩 경매가로 구매했다. 배에서 잡힌 수산물이 유통되기 전까지 방사능 검사를 하기 위해서다.

윤기준 해양수산부 사무관은 “직전 주에 많이 나는 어종을 분석해 검사요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이에 맞게 시료를 구매해 샘플로 쓰도록 한다”고 말했다. 당일 배에서 잡힌 대표 어종들은 그대로 봉투에 담겨 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 이송됐다.

15일 새벽 3시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생선 분류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 /이신혜 기자

◇위판장 작업자 “일본 오염수 방류 안 좋지만, 국민 위해 매일 검사해야”

불편할 법도 하지만 어민들은 매일 이어지는 방사능 긴급조사에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30년째 일을 하고 있다는 윤모(64)씨는 “국민을 위해 긴급조사는 매일 해야 한다”고 했다.

긴급조사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인 7월 24일부터 매일 새벽 진행되고 있다. 오염수 방류 직전인 8월 21일부터 진행한 1100여 건의 긴급 조사 결과 현재까지는 모두 ‘적합’으로 나왔다는 게 해수부 측 설명이다.

정부와 민간기관이 함께 운영하는 긴급조사는 부산 공동어시장을 포함해 전국 43개 위판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체 위판 물량 80%가량이 소화되는 시장을 직접 조사하는 셈이다.

이처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검사가 진행되고 결과가 발표되기에 어업종사자들도 아직까진 분위기가 ‘최악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어민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면서 “앞으로 일본이 양심껏 (방출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수산물품질관리원 직원들이 시료 절단 작업을 하고 있다. /이신혜 기자

◇2시간 만에 당일 방사성 물질 검출 결과 나와…“이상無”

이날 새벽 3시에 시료용으로 구매된 생선 3종은 약 2시간 후인 새벽 5시쯤 모두 방사성 물질 ‘불검출’로 판정됐다.

방사능 분석은 시료 채취→시료 절단→시료 균질화→분석 측정→분석 등의 과정을 거친다. 수산물품질관리원 부산지원에서는 흰색 가운을 입은 직원들이 생선을 절단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절단된 시료(생선)는 방사능 분석 장비에 넣기 편하게끔 균질화하는 작업을 거친다. 생선 속에 들어 있는 내장과 분비물을 모두 제거하고, 사람들이 실제 섭취하는 살코기 부분 위주로 시료를 만든다.

시료가 완성되면 약 감마핵종분석기를 통해 시료에 세슘이나 요오드 등 주요 방사성 물질이 있는지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밀조사의 경우 1건의 시료를 분석하는 데에 1만초(약 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수산물 방사능 검사장비는 생산단계 방사능 검사를 위해 38대가 운영 중이다. 해수부 측은 올해까지 43대를 설치하고, 추후 72대까지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는 민간 검사기관(한국원자력협회)을 활용해 위판장 신속검사를 올해 약 9000건 수준으로 진행하며, 내년에는 2만5000건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