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나성민(29)씨는 햄버거를 자주 배달시켜먹는다. 그가 자주 시켜먹던 맘스터치와 맥도날드의 햄버거 가격이 지난달부터 오르자, 그는 신문에서만 보던 ‘인플레이션’을 체감했다고 한다. 종종 주문해 먹었던 피자, 치킨, 떡볶이, 김밥 등의 가격도 마찬가지로 올랐다. 나씨는 “체감상으로는 물가가 3%대보다 더 오르는 것 같다”며 “자고 일어나면 외식 업체들이 우수수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외식 물가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석유류, 농축수산물 등 일시적인 물가 상승 요인을 제거한 근원물가도 10년여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소비자물가의 전월 비 상승률은 2021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석유류 등 공급 부문의 차질에서 비롯된 물가 상승이 외식을 비롯한 개인서비스, 공업제품 등으로 번지는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 현황을 공시하는 등 부처별 물가 책임제까지 도입하면서 물가를 잡아보려 했지만,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 서비스 가격 올라...물가 상승 기여도 확대”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전월 대비 0.6% 올랐다.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로 3%대 상승률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물가의 전월 비 상승률은 2021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매달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개인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4.3% 올랐다. 개인서비스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지난해 9월 0.89%P ▲10월 0.87%P▲11월 0.96%P ▲12월 1.06%P ▲올해 1월 1.20%P ▲2월 1.32%P로 높아지는 추세다. 개인서비스 가운데 외식 물가는 6.2% 올랐다. 외식 물가의 상승률은 2008년 12월의 6.4%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었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3%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근원 물가 상승 현상에 대해 “개인 서비스, 내구재, 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개인서비스의 경우 물가 상승 기여도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소비 심리가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상승 추세를 나타내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제 곡물 가격이나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누적되면서 재료 비용이 오른 것”이라며 “지난달에는 명절 할인 축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공업제품의 경우 5.2% 상승률을 나타냈다. 2011년 12월 5.3% 오른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석유류 가격이 19.4% 오르는 등 에너지 비용이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가공식품은 전년 동월 대비 5.2% 올랐다. 특히 빵 가격이 1년 전보다 8.5%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1.6% 오르며 전월(6.3%)보다 상승폭이 둔화됐다. 채소류 가격은 8.3% 하락했고 농산물 가격도 2.3% 내려갔다. 딸기(20.9%), 귤(20.0%), 포도(22.8%) 등 과일 가격은 올랐고 파(-59.8%), 양파(-41.8%), 쌀(-6.3%), 고춧가루(-13.2%), 고구마(-21.1%) 등은 가격이 떨어졌다. 축산 물가는 돼지고기(12.4%), 수입 쇠고기(26.7%), 국산 쇠고기(5.1%) 등이 오르면서 8.8% 상승했다. 수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0.3% 올랐다.

소비자물가 등락률 추이 2월./통계청

◇확장 재정으로 돈 풀어놓고 개별 품목 때려잡는다는 정부

향후에도 소비자 물가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물가 상승률을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3.1%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어운선 심의관도 “국제 유가 상승이나 곡물 가격 상승 등 대외적인 물가 상승 요인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이 발생하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오름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자원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앞서 치솟는 소비자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물가 부처 책임제’를 도입했지만 효과는 역부족이다. 이 같은 물가 부처 책임제는 부처별로 소관 분야에 대해 선제적인 수급 모니터링, 유통 구조 개선 등 구조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단기적인 가격 안정화 방안까지 담아 종합적인 물가 안정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1월 시행됐던 MB정부의 ‘품목별 물가관리 책임실명제’와도 비슷하다. 2021년 이전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나타낸 지난 2011년(4%)을 지나면서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당시에는 총 18개 품목을 지정해 기획재정부는 공공 요금을, 농식품부는 농축산물 9개 품목을, 국토부는 전·월세를 맡는 식으로 각 부처의 1급 공무원이 책임지도록 했다. 이 때 등장한 별칭들이 ‘쌀 실장’ ‘기름 실장’ 등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품목별 대응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관리는 한국은행에서 통화 정책으로 관리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재정 정책은 확장적으로 하면서, 미시적으로 이쪽 저쪽에서 관리, 통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고 거시 변수인 물가를 관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을 통제하게 되면 암시장이나 줄서기 등 시장 혼란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반 마스크 사태를 연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