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는 금융이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잘 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에 대해 그의 경제 책사로 부상한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4일 경기 안산에 위치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상경대학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이 후보의 일부 경제 정책 라인에서 “한국은행이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직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이후, 경제학계에서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를 해치는 발상’이라며 많은 논란이 발생한 데에 대한 하 교수의 대답이다.
하 교수는 “이 후보가 직접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며 “어떤 분의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은이 국채를 직매입하게 되면 시장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고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도 그렇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 후보는 그보다는 시장의 신뢰를 철저히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지난 2일 출범한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때 후보 직속의 ‘전환적공정성장전략위원회’의 경제1(성장) 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기본소득을 내세우던 비주류 경제학자들이 전진 배치됐던 앞선 경선 선대위와는 달리, 이재명 캠프 내 정통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인물인 하 교수가 이 후보의 경제 정책을 책임지게 되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하 교수는 한국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금융연구원을 거치며 거시경제학을 연구해왔다. 학위논문 주제로 ‘창조적 파괴’ 개념을 주창한 학자인 조지프 슘페터의 성장이론을 다루기도 했다. 지난 8월 공개한 정책자문그룹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세바정 2022)에서도 경제1 분과 위원장을 맡아 왔다.
“이재명, 이념보다는 실용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 후보가 하 교수에게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 것을 계기로 하 교수는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 하 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본 이 후보가 그를 만나 경제에 대해 논해보고 싶다는 ‘러브콜’을 보낸 것. 이 후보와의 첫 만남에 대해 하 교수는 “상당히 경제적인 식견도 있고 실용주의적인, 즉 ‘일이 되게 하자’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며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그가 가지고 있는 리더십이 이해관계과 기득권 때문에 꽉 막혀 있는 이슈들을 풀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맡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현재 전환기에 처해있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과제들을 풀어나갈 충분한 시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한정된 시간 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으로 얽힌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그 역량을 이 후보에게서 발견했다. 하 교수는 “이념보다는 실용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이 후보를 평가했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해 “화폐와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가상자산 등 최신 흐름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재명은 親기업...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고자해
이 후보는 자신을 ‘친(親)기업’이라고 말한다. 하 교수는 이에 동의하며 “친기업이라는 단어를 기업가 정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기업활동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를 가리키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며 “시장을 없앴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들이 이 후보에게 가지고 있는 ‘추진력이 강하지만, 논란이 많은 사람’이라는 이미지에 대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잘 추진하지만, 그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굉장히 많은 말을 듣고 유연한 사고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