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 되는 가운데, 정부가 배달용 전기이륜차 시장 육성을 위해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는 배달라이더 종사자수가 20만명에 육박하는 등 갈수록 늘어나는 배달용 이륜차의 친환경 전환과 배터리 표준화, 긴 충전시간에 비해, 짧은 주행거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22일 기획재정부와 이륜차 업계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내년 본예산안에 전기이륜차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실증사업으로 50억원을 편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아닌, 정부가 주도해 전기이륜차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달에 사용되는 전기이륜차의 대부분은 배터리 용량이 2킬로와트(kwh)대로 최대 40~80km를 달릴 수 있다. 완충까지는 통상 3~4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 주행거리는 짧고 충전은 오래걸린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KT는 광주 남구청과 공중전화부스를 활용한 전기이륜차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MOU를 체결했다. 사진은 공중전화부스에 부착된 배터리 충전 시스템. /광주 남구청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방식이 전기이륜차 배터리 공유 스테이션이다. 전기이륜차의 배터리를 교환식으로 설계해, 배달지역에 거점을 마련한 뒤 별도의 충전이 필요없이 배달 오토바이가 현장을 방문하면 충전된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식이다. 이 곳에서는 배터리 충전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데이터 통신을 통해, 현재 오토바이 상태나 고장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사실상 4시간의 충전시간이 최대 15초 정도로 단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기이륜차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사업이 내년 예산으로 확정될 경우, 공모를 통해 실증사업 참여기업을 선정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디앤에이모터스(대림오토바이), CJ대한통운(000120), 삼성SDI(006400), KT(030200), GS칼텍스 등이 관심을 두고 있다. 디앤에이모터스는 지난 6월 서초구청과 전기 이륜차 배터리 스테이션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또 삼성SDI와 전기이륜차에 탑재될 배터리를 개발했다. 현재 삼성SDI는 미국 모터사이클 기업인 할리데이비슨의 첫 전기오토바이인 ‘라이브와이어’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전국의 공중전화부스를 관리하는 KT 자회사 KT링커스는 공중전화부스를 활용한 배터리 공유 스테이션을 개발했다. 충전 장치가 공중전화 부스 옆에 부착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 4월 충남도, 광주 남구청과 MOU를 체결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도 전기이륜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도입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현재 배달업계에서 사용되는 전기이륜차의 배터리 규격과 충전방식은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어,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배터리 규격이 A, B, C 등 종류가 많아, 배터리 공유 스테이션도 A, B, C 규격에 따라 별도로 필요하다. 하지만 교환식 배터리에 ‘A’라는 표준을 사용한다면, 어느 제조사의 전기이륜차도 하나의 배터리 공유 스케이션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실증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표준화 작업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실증사업 과정에서 필요한 전기이륜차, 배터리, 충전인프라 기술 등의 분야에서 국산화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전기이륜차 보조금 275억 중 52%인 143억원이 중국 수입 완제품이거나 중국산을 수입해 외형만 바꾼 일면 ‘판갈이’ 중국산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무분별한 중국산 이륜차와 배터리 사용 등으로 국내 전기이륜차 시장이 침체된 부분이 있다”며 “공유 스테이션을 거점으로 표준화 작업을 통해 배터리 표준이 결정될 경우, 국내 업체들의 참여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전기이륜차 제조, 배터리, 충전인프라 관련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