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 3월 코로나 충격에 대응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시장에 외화자금을 공급한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등 외환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30일 발표한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한 중앙은행 간 통화스왑의 국내 외환시장 안정 효과’ 조사통계월보에서 이같이 밝혔다. 통화스왑은 외환이 부족해지는 위기가 닥쳤을 때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 통화와 교환(swap)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계약이다. 외화가 바닥났을 때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쓰는 일종의 ‘외화 안전판’이다.

미국 워싱턴 D.C.연방인쇄국에 달러 지폐 뭉치가 쌓여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3월 전례없는 코로나 충격에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연준과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5월까지 여섯 차례 경쟁입찰 방식 외화대출을 통해 통화스왑 자금 총 199억달러를 국내 금융기관에 공급했다.

당시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필요한 모든 조치(whatever it takes)’를 동원해 적극적인 완화정책을 펼친 결과 금융시장 불안도 3월 말부터 점차 진정됐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통화스왑 계약체결 발표와 외화대출 전후로 우리나라 환율과 차익거래유인 움직임을 주요 17개국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통화스왑의 효과를 추정했다.

코로나19 위기중 발표된 외환시장 관련 주요 정책 /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통화스왑 계약 체결 직후 첫날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약 3.3%(약4.2원) 하락했고, 이후 2주간 평균 2.1%의 하락세를 보였다. 여섯 차례에 걸쳐 총 199억달러의 외화대출을 실시할 때도 환율이 0.5%씩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효과 역시 2주간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외환 초과수요 상황을 보여주는 차익거래유인(무위험 이자율평형 이탈) 역시 점차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차익거래유인에서는 통화스왑의 단기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통화스왑 발표 후 첫날 차익거래유인은 0.5%포인트(p) 정도 축소됐으나, 이후 이틀간 다시 크게 확대됐다가 다시 소폭 축소되는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행 측은 “외화대출시에는 우리나라 차익거래유인이 관련 이벤트가 없던 외국과 비교해 별다른 차이점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 /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통화스왑이 금융 불안 상황에서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위기시 활용할 수 있도록 평소 외국 중앙은행과의 협력채널을 강화하고 국내 거시건전성을 양호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필요할 때마다 외화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외환보유액과 통화스왑 등 자금조달 경로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