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자회사 LG헬로비전이 최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이하 알뜰폰협회)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협회가 중소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어 대기업 계열사인 자사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알뜰폰 가입자 감소와 실적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알뜰폰업계가 대기업과 중소업체 간 입장 차로 분열만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알뜰폰협회는 협회 탈퇴 의사를 밝힌 LG헬로비전에 ‘탈퇴 만류’ 내용을 담은 공문서를 발송했습니다. 하지만 LG헬로비전이 탈퇴 의사를 철회하지 않는 한, 조만간 알뜰폰협회 탈퇴가 처리될 예정됩니다.
LG헬로비전은 가입자 75만명을 보유한 알뜰폰 사업자로, 알뜰폰협회 핵심 회원사입니다. 작년 10월 ‘조이텔’이라는 중소업체가 협회를 탈퇴한 적은 있지만, 대기업 계열사의 탈퇴는 이례적인 일입니다. LG헬로비전이 갑자기 협회 탈퇴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LG헬로비전 측은 “(협회가) 사업의 이해를 대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탈퇴 이유를 밝혔습니다. 협회 내 대기업 계열사와 중소업체 간 깊어진 갈등의 골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국회와 정부가 중소 알뜰폰 업체 보호를 위해 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알뜰폰협회가 중소업체 이익만 대변하고 대기업 계열사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않았다는 불만이 쌓인 겁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통신 3사 자회사(SK텔링크,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 미디어로그·LG헬로비전)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47.9%였습니다. 여기에 KB국민은행 KB리브엠과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 등을 합산하면 대기업 계열사들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52.7%로, 이미 60%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협회 내에서도 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법 개정과 관련해 대기업 계열사와 중소업체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협회 운영비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대부분 부담하고 있는데, 협회 내 중소업체들의 의결권이 더 보장되는 이사회 구조 때문에 대기업 계열사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LG헬로비전의 협회 이탈이 다른 대기업 계열사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현재 알뜰폰협회 회원사는 총 19개사입니다. 이 가운데 10개사가 이사회를 구성합니다. 이사회에 참가하는 대기업 계열사는 4개사(LG헬로비전, SK텔링크, KB리브모바일, 한국케이블텔레콤)뿐입니다. LG헬로비전의 탈퇴가 완료되면 이사회 내 대기업 계열사는 3개사로 줄어듭니다.
업계 일각에선 LG헬로비전이 최근 실적 악화로 비용 절감을 위해 협회 탈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LG헬로비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71.5%나 급감했습니다.
알뜰폰업계는 지속되는 가입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수는 10만6423명으로 전년 대비 43%나 급감했습니다. 올해 4월부터는 망 사용 도매대가 사전규제가 사후규제로 바뀌었습니다. 이로 인해 정부 대신 개별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와 도매대가 협상을 해야 합니다. 통신사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업계의 결속이 더욱 절실해진 겁니다.
고명수 알뜰폰협회장은 “LG헬로비전의 탈퇴로 대기업 계열사들의 이탈이 확산될까 우려된다”면서 “협회비를 내고 활동을 하지 않아도 혜택 측면에선 무임승차가 가능한데 굳이 회원사 자격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협회가 회원사에 어떤 권리나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