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직장인 A씨(36)는 최근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마음에 들어 스마트폰을 꺼냈다. 아이폰 사용자도 아니고, 애플 뮤직을 쓰지도 않지만 망설임 없이 ‘샤잠(Shazam)’ 앱을 실행했다. 화면 중앙의 번개 모양 버튼을 누르자 몇 초 만에 곡 제목과 가수 정보가 나왔고, A씨는 바로 해당 곡을 음악 앱에 저장했다.

애플의 음악 검색 앱 ‘샤잠(Shazam)’이 국내외 시장에서 5년째 이용자를 꾸준히 늘리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혔다. 샤잠은 1999년 영국에서 설립된 음악 인식 서비스로, 2008년 스마트폰 앱으로 출시된 뒤 2018년 애플에 인수됐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몇 초 만에 인식, 곡 제목과 아티스트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전체 월간활성사용자수(MAU)의 절반 이상이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애플 생태계에 최적화된 서비스임에도, 인식 정확도와 편의성 덕분에 운영체제(OS) 장벽을 뛰어넘은 셈이다.

14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샤잠의 지난달 국내 MAU는 33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3월(22만7000여명) 대비 48%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14만8000명에서 18만4000명으로, iOS 이용자는 7만9000명에서 15만1000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전체 이용자 중 안드로이드 비중은 65.1%에서 54.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과반을 웃돌고 있다.

설치 기반을 보여주는 ‘월 활성 기기 수’는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2021년 3월 50만3000대였던 활성 기기는 올해 3월 97만6000대로 2배 가까이(94%) 뛰었다. 이 기간 안드로이드 기기는 32만5000대에서 54만4000대로, iOS 기기는 17만8000대에서 43만2000대로 각각 확대됐다.

반면 경쟁 앱인 ‘사운드하운드’는 같은 기간 MAU가 8만7000명에서 4만8000명으로 44% 줄었다. 인식 정확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용자는 샤잠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샤잠의 성장 배경으로 ▲애플 뮤직·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매끄러운 연동 ▲음질이 떨어져도 곡을 찾아주는 AI 기반 ‘오디오 핑거프린팅’ 기술 ▲지역별 인기 곡 통계·가사 동기화 등 부가 기능을 꼽는다. 특히 안드로이드 이용자도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어 “음악만 정확히 찾으면 OS는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MZ세대에 확산했다.

애플에 따르면,샤잠의 글로벌 MAU는 3억명이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샤잠의 누적 이용 건수가 1000억회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02년 문자 서비스로 시작한 지 22년 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12곡씩을 찾아본 셈”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모르는 음악이 나오면 샤잠을 켠다’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며 “AI 음원 검색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샤잠의 학습 데이터와 브랜드 인지도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