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오픈소스가 이길 것이란 입장을 견지해 왔었다. 폐쇄형 모델을 고집하던 오픈AI도 최근 오픈소스 모델을 곧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도 오픈소스로의 변화에 압박이 거세지는 만큼 이제 누구나 사용 가능한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출시할 수밖에 없다.”
일리야 폴로수킨 니어프로토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서울 송파구 스카이31 컨벤션에서 열린 ‘오픈소스 AI 서밋 서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픈소스 AI 서밋 서울’은 블록체인 커뮤니티 빌더 기업 크립토플래닛이 개최한 콘퍼런스 ‘비들아시아위크’의 일환으로 열리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폴로수킨 CEO를 비롯해 에리카 강 크립토플래닛 창업자, 안두경 굳갱랩스 CEO가 참석해 오픈소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논의가 펼쳐졌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폴로수킨 대표는 2014년 구글 리서치에 합류해 AI 기술 개발 및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2017년 발표된 ‘Transformer(트랜스포머): Attention Is All You Need’ 논문의 공동 저자로 유명하다. 해당 논문은 챗GPT를 비롯해 수많은 AI 딥러닝 모델로 채택된 ‘트랜스포머’를 처음 제시한 연구 성과다. 그는 이후 구글을 나와 2017년 블록체인 메인넷 개발사 니어프로토콜을 공동 창립했다.
폴로수킨 CEO는 AI 혁신을 위해 오픈소스 생태계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오픈소스 모델과 폐쇄형 모델의 차이는 각각 사용자 소유 AI와 기업 소유 AI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소유 AI는 회사의 수익 창출이 주요 목적으로 개발자들도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할지를 가장 염두에 두고 개발을 한다”며 “다만 사용자 소유 AI는 개발자 개인에게 가장 유용한 방법으로 개발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IT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었던 오픈소스와 폐쇄형 모델 경쟁이 최근에는 AI 분야로 번지고 있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소스 코드를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다. 반면 폐쇄형은 개발 업체가 소프트웨어를 소유해 외부에서 사용하려면 비용을 내야 한다. 과거 개발자용 컴퓨터 운영체제(OS)와 모바일 시장에서 일었던 두 진영의 경쟁은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관련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초기에는 오픈AI, 구글 등이 폐쇄형 AI를 고집하며 앞서 있었지만, 최근 메타와 딥시크 등 오픈소스의 추격이 거세졌다.
폴로수킨 CEO는 오픈소스로의 전환에서 블록체인이 인센티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모델은 매달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고 있는 만큼 혁신의 속도가 중요하다”며 “블록체인을 개발자들의 주된 인센티브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기밀성을 유지하면서도 데이터 주권과 소유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해 “큰 기회가 있다”면서도 “언어 모델이나 상호작용 모델은 내재화된 것이 많지만, 한국만의 문화나 자국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한 데이터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는데 한국 스타트업들이 자체적으로 파인 튜닝한 오픈소스 AI를 활용해 자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오픈소스 AI를 통해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안두경 굳갱랩스 CEO는 “오픈소스 AI는 스타트업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국내 스타트업이 가진 인프라, 자금 등을 따졌을 때 오픈소스 없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들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에 특화된 AI 개발은 결국 데이터 싸움인데, 대기업들도 이를 자유롭게 공개하며 안전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국내 스타트업도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