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만 TSMC가 인공지능(AI) 열풍이 향후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협력사들에 ‘생산능력 두 배 확충’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각) 경제일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회사의 공급망에 포함된 글로벌 협력사들에 적어도 3년 안에 생산능력을 배 이상 늘릴 준비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융페이 TSMC 수석 부사장 겸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달 열린 ‘2024년 공급망 관리 포럼’에서 내년까지 첨단 패키징 공정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재차 강조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사들을 향해 이처럼 요구했다고 한다.
TSMC는 AI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TSMC의 구체적인 자본 지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TSMC가 짓고 있는 팹(공장)과 새로 착공할 시설을 포함해 내년에만 팹 10개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지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기업이 한 해에 팹 10곳을 동시에 짓는 건 전무한 일이다.
앞서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 10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AI 수요는 ‘진짜’”라며 “고객사들의 2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 제품에 대한 수요가 3나노보다 매우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을 다해 첨단 제조 공정과 CoWoS 생산 시설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내년부터 최첨단 2나노 공정 제품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나노 공정 제품의 시험생산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이 60%를 넘어서자 회사는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지금은 대만 북부 신주과학단지에서 2나노 공정을 시험 생산 중이지만 내년엔 현재 짓고 있는 남부 가오슝 공장으로 옮겨가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TSMC가 가오슝 난쯔 과학단지에 건설하고 있는 2나노 1, 2공장은 각각 내년 1분기와 3분기에 가동된다.
TSMC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미 애리조나 첨단 팹도 완공을 앞두고 일찌감치 큰손 고객들이 몰리면서 순항 중이다. 4나노 이하 공정이 적용되는 TSMC의 미국 첫번째 팹에는 애플과 AMD에 이어 엔비디아도 고객으로 합류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최신 AI 칩 ‘블랙웰’을 TSMC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생산시설 확충에 650억달러(약 92조원) 이상을 들여 향후 첨단 팹 2개를 더 짓는다는 계획이다.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올 3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4.9%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점이었던 2분기 62.3%에서 2.7%포인트(P) 더 오른 것이다. AI 칩과 고성능컴퓨팅(HPC) 제품 수요가 동시에 TSMC로 몰리면서 전 세계 주요 파운드리 기업 가운데 3분기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3분기 TSMC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3% 증가한 235억3000만달러(약 33조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