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상권에도 지각변동이 벌어졌다. 해외 여행이 제한되는 가운데 내수 소비가 고급화하면서 관련 매장이 밀집한 압구정역 부근 상권은 매출 기준으로 사상 첫 국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해외 관광객 특수를 누리던 명동역 부근 상권의 매출은 급감했다.
SK텔레콤(SKT)은 자사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지오비전’을 활용해 올해 국내 100대 상권의 매출, 유동인구, 업소 수를 분석한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100대 상권 중 매출이 가장 높은 상권은 월 4092억원으로 집계된 압구정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2572억원)보다 60% 늘었다. 압구정역이 1위로 올라선 건 SKT가 상권 분석을 시작한 2012년 이래 최초다.
압구정역 상권은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23만명으로 31위에 머물렀지만 유동인구당 매출이 약 5만9000원으로 국내 상권 중 가장 높았다. SKT는 “코로나19로 내수 소비가 고급화하면서 명품 매장, 고급 레스토랑, 미용샵, 병원이 많은 압구정역 상권이 수혜 지역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청담역 상권도 비슷한 수혜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순위는 2019년 120위권에서 올해 59위로, 국내 상권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청담역 상권은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3만3000명으로 국내 상권 중 가장 적지만 명품 매장, 고급 스튜디오, 병원 등이 많아 유동인구당 매출은 비교적 높은 약 3만3000원이다.
2019년 대비 올해 매출 순위가 가장 크게 하락한 상권은 건대입구역(63위→97위)과 명동역(58위→91위)이다. 특히 명동역 상권은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하루 외국인 방문자 수는 2019년 3000명에서 올해 20분의 1인 150명 수준으로, 내국인 유동인구도 하루 18만명에서 13만8000명으로 약 25% 줄었다.
2019년 3654억원으로 매출 1위를 기록한 강남역 남부 상권은 올해 3586억원에 머물러 순위가 3위로 소폭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애견·애완동물샵과 카페(커피전문점)의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애견·애완동물샵은 2019년 10월 8500개에서 올해 10월 1만1500개로 34%, 카페는 8만3500개에서 10만5000개로 26.3% 늘었다. SKT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애완동물 수요가 증가했고 원격 근무·수업으로 카페 창업 또한 늘었다”라고 분석했다.
전국 업소 수는 2019년 10월 약 179만개에서 올해 192만개로 7.3% 늘었다.
장홍성 SKT 광고/데이터CO 담당은 “이번 상권 분석이 경제·사회 현상 분석과 정책 수립 등 대한민국 발전에 활용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