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중국 최대의 빅테크 기업에 연일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중국 정부가 최근에는 텐센트를 정조준해 온라인 음악 독점 판권을 포기하라고 압박하면서 한동안 중국 IT 산업의 성장 동력이었던 자국 빅테크를 옥죄는 모양새다.

외신은 IT 굴기를 오랜 기간 꿈꿔온 중국 입장에서 이같은 자국 산업 규제 강화는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 ‘큰 퇴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처럼 큰 대가를 치르면서도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해 가혹한 압력을 가하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집요한 권력욕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리커창 총리를 비롯한 핵심 간부들과 함께 베이징에서개관한 공산당 역사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4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24일 텐센트에 대해 온라인 음악에 대한 독점 판권을 포기하라고 명령하고, 지난 2016년 차이나뮤직을 인수한 것을 빌미로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벌금을 부과하면서 텐센트 등 주요 중국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자국 내 플랫폼 기업 때리기는 지난해부터 시작. 지난해 11월 앤트 그룹 상장 중단, 올해 4월 알리바바 대상 28억 달러 벌금 부과에 이어 플랫폼 기업 반독점 여부 조사 등으로 이어졌다. 차량공유플랫폼 디디추싱이 미국에 상장하자 국가 안보 조사 대상에 올리고 애플리케이션(앱) 삭제 조치까지 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인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쌓은 빅데이터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1000억달러(11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 사교육 시장에 칼을 대면서 텐센트를 비롯한 해외 글로벌 투자사들의 자금 유입을 차단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지난 24일 ‘의무교육 단계의 학생 숙제 부담과 방과 후 과외 부담 감소를 위한 의견’을 발표했다. 골자는 사실상 사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이같은 규제에 의해 중국 교육 관련 기업들은 이미 증시에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받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실제 중국의 대표적 대형 학원 기업인 신둥팡교육(新東方敎育)이 이날 장중 40% 이상 대폭락하는 등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의 사교육주들이 이날 일제히 대폭락했다. 발표 이전에 이미 또 40% 수준의 폭락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는 평가다.

이같은 잇단 규제에 지난 5개월 동안 뉴욕증시에서 중국 기업의 주식 가치는 7690억달러(한화 886조원) 수준의 손실을 입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이틀 사이에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들이 불과 이틀동안 동안 15% 폭락하기도 했다.

WSJ는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면서까지 이처럼 자국 기업에 대한 강압적 자세를 취하는 배경으로 시진핑 주석이 중국 전반에 걸쳐 더욱 강력한 통제력을 손에 넣기 위한 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20~30년간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기업 권력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해당 기업에 대한 공산당 체제의 위계를 확실히 정립해 권력 유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진핑 주석의 자국 기업 규제는 공산당의 정권 유지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경제 성장에는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에노도 이코노믹스의 수석 연구원 디아애나 초일레바는 WSJ에 “이같은 방식으로 민간 부문의 혁신을 정부가 억누른다면 중국은 앞으로 수년내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