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순수출량이란 수출량에서 수입량을 제한 것이다. 이 수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 철강은 적게 사들이고 해외 판매량은 늘렸다는 뜻이다. 이러한 지나친 밀어내기는 중국에도 독이 되고 있다. 철강 단가가 내려가면서 이전보다 많이 팔았음에도 총수출액이 줄었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반덤핑 제소까지 당하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는 저가형 판매를 지양하고, 지속가능한 수출 전략 수립에 나서기로 했다.

15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량이 1억390만톤(t)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2015년 9962만t 이후 9년 만의 사상 최대치다. 이번 기록은 수출량이 1억1070만t으로 전년 대비 22.7% 급증한 반면, 수입량은 681만5000t으로 1년 전보다 10.9% 감소하면서 나타났다. 중국 철강의 연간 순수출량은 2020년 3344만t까지 줄었다가 2021년 4096만t으로 반등을 시작, 2022년 5676만t, 2023년 8262만t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한 철강 생산 기업./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철강 순수출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자국 내 철강 수요는 줄어든 반면, 생산량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국 기업들이 만든 것마저 자체적으로 소화하지 못하니 수입은 줄이고 해외에 내다 파는 물량을 늘린 것이다. 실제 중국 야금(冶金)공업규획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철강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불경기로 인해 건설 업계가 소비하는 철강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다.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물량 밀어내기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철강 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국 포스코(POSCO)의 경우 지난해 11월 중국 공급과잉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경북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1979년 2월 가동을 시작한 지 45년 9개월 만의 셧다운이다. 선재는 철강 반제품을 압연해 선으로 뽑아낸 철강 제품으로, 못과 용접봉 등의 재료로 쓰인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최근 “중국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중국이 제품) 밀어내기를 할 것이고, (우리 철강 산업은) 여러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과잉공급 장본인인 중국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당장 실적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철강 총수출액은 836억3100만달러(약 122조2000억원)로 1년 전보다 1.1% 감소했다. 수출량이 20% 넘게 늘어났음에도 벌어들인 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는 단가 하락에 기인한다. 중국의 철강 단가는 t당 755.34달러(약 110만원)으로 2023년보다 19.4% 급락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중국철강공업협회 주최로 열린 철강 업계 수출공작회의에서는 ‘고급형 장려, 저가형 제한, 불법 단속’이라는 수출 전략을 확정하기도 했다.

저렴한 제품을 세계 시장에 쏟아내면서 중국 철강 업계는 무역 질서를 교란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중국무역구제정보망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베트남, 브라질 등 세계 각국이 중국 철강업계를 상대로 제소한 반덤핑 조사는 20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튀르키예의 경우 중국 일부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마치고 15.42~43.31%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 13일 “중국의 철강 수출은 시장 원칙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부합한다”며 “일부 국가가 중국 철강에 대해 보호주의 조치를 취했는데, 이는 국제 무역 규칙을 훼손하고 다운스트림 생산 비용을 높여 글로벌 공급 및 생산망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과잉공급의 주요 원인인 중국 내 철강 수요 침체가 당장 해결되긴 어려워 보인다. 야금공업규획연구원은 올해 중국 철강 소비량을 8억5300만t 수준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8억6300만t)보다 1.5% 적은 수준이다. 중국철강협회는 기업들에게 무역구제 신청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대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수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