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항공기 엔진 리스(lease·임대) 사업에 진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가 관련 자회사에 누적 780억원 규모를 출자하며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항공 엔진 제조 및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 항공기·엔진 리스 시장에서도 고객 신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오는 14일 100% 자회사인 한화에비에이션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25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는 앞서 지난해 8월과 12월에도 주주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한화에비에이션에 각각 125억원, 432억원 규모의 자금을 출자한 바 있다.
한화에비에이션은 지난해 4월 한화에어로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항공기 엔진 리스 전문 자회사다. 항공사는 초기 도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행기 및 엔진을 리스해 사용료를 내면서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항공기 엔진은 항공법 및 국제 항공 안전 규정에 따라 주기적으로 MRO를 시행해야 한다. 항공사는 이러한 엔진 정비 기간에도 기체를 계속 운용할 수 있도록 여분의 엔진을 확보해두곤 한다.
엔진 리스 사업자는 항공사에 엔진을 빌려주고 매달 또는 매년 임대 수익을 얻는다. 항공기 엔진은 기체 종류, 사용 연수 등에 따라 가격이 가변적이지만 통상 수십~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 항공기용 엔진 제조 시장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영국의 롤스로이스, 미국의 프랫앤휘트니(P&W) 등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민간 항공기용 엔진을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엔진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납품한다.
한화에비에이션은 싱가포르 본사를 비롯해 아일랜드 더블린, 미국 플로리다에도 지사를 두고 있다. 리스 사업에 사용될 엔진을 항공사, 제조사 등 다양한 곳으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현재 항공기·엔진 리스 사업을 진행 중인 기업 대부분은 모회사가 금융 관련 기업이며, 제조업 기반 기업이 많지 않다. 한화에어로는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이며, 글로벌 항공기 엔진 밸류체인에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점을 이용해 고객들의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비에이션은 아직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몇 건의 리스 거래가 발생하는 등 사세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에비에이션은 향후 항공기 엔진뿐만 아니라 항공기 기체도 직접 구매해 리스 사업에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에비에이션 측은 “단기적으로는 협동체(단일 통로 항공기) 엔진 및 항공기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하고, 향후 10년 내 1000대 이상의 자산을 확보해 항공 엔진 리스를 위한 최고의 항공 산업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